독일, '러 가스 금수 압박'에 골머리…내부서도 갑론을박

기사등록 2022/04/05 12:33:30

최종수정 2022/04/05 14:25:44

獨정부 "즉각 금수조치는 어려워…준금수조치 준비 중"

여론 대다수 '수입 중단' 찬성…"화력·원자력으로 대체"

정치권 분분…재무장관 "러시아 가스, 단기 대체 어려워"

국방장관 "EU 차원에서 러시아 가스 금수 방안 논의해야"

[부차=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살해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2.04.05.
[부차=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살해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2.04.05.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전 세계 규탄과 함께 에너지 금수 조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제재 동참 여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날 러시아 에너지 전면 수입금지 조치 관련 즉각적인 금수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러시아 가스·원유 의존 축소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리버 크리셔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대변인은 "추가 조치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더 빨리 줄일 수 있는지 볼 것"이라며 "비구매, 에너지 절약, LPG 등 다양화를 통한 준 금수 조치를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면서, 에너지 수입 전면 금지는 거부해왔다. 에너지 수급 5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전면 중단 시 독일과 유럽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키이우 인근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쟁 범죄"라고 규탄하며 다른 파트너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금수 조치도 포함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인들은 러시아를 규탄하며 에너지 수입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생산 시간을 감축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논의가 일고 있으며, 시민들도 난방을 끄거나 저속 주행 등으로 동참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55~77% 독일인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에 찬성하고 있다. 대다수는 화력발전소 수명을 일시적으로 늘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단계적으로 폐지 중인 원자력발전소 재가동하는 방안에도 찬성한다고 답했다.
[베를린=AP/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2.04.05.
[베를린=AP/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2.04.05.

정치권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크리스틴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전날 독일 방송과 인터뷰에서 EU 차원에서 러시아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크리스틴 린드너 재무장관은 전면 수입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 린드너 장관은 앞서 "러시아와 모든 경제적 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가스는 단기간에 대체될 수 없으며, 러시아보다 우리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폐지를 주장해온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금수 조치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럽 내부에선 독일을 향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독일이 더욱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방해하고 있다"고 있다며, 독일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항공 산업 지원을 위한 고위 당국자 회의에 참석한 모습. 2022.04.05.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항공 산업 지원을 위한 고위 당국자 회의에 참석한 모습. 2022.04.0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일과 프랑스 전직 지도자가 현 사태를 야기했다며 강력 비난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이 불확실해졌고, 현 사태를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메르켈 전 총리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내 "메르켈 전 대통령은 2008년 나토 정상회의 당시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며 "특히 부차와 다른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발생한 악행을 고려할 때 러시아 침공을 막기 위한 독일 정부의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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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러 가스 금수 압박'에 골머리…내부서도 갑론을박

기사등록 2022/04/05 12:33:30 최초수정 2022/04/05 14: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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