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PMI지수 유럽 감소, 미국 증가
UNCTAD, 세계 경제성장률 2.6%로 하향 조정
유럽은 1.7%p, 미국은 0.6%p 낮춰 격차 발생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경기는 둔화된 반면 미국의 기업 활동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은 이미 긴장된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신뢰를 약화시키며,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킴으로써 유럽 전역에 빠르게 전파됐다.
최근 코로나19여파가 줄어들면서 각 국의 규제 해제가 이어지자 충격이 완화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고 에너지 비용 상승이 더해지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쟁이 성장에 주는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이날 러시아 침공에 대응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 둔화의 대부분은 유럽지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 지역의 성장률은 이전 예상치 절반인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3%에서 2.4%로 줄었다. 유럽에 비해서는 적게 줄었다.
데이터 업체인 S&P글로벌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의 활동 지표로 여겨지는 유로존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가 2월 55.5에서 3월 54.5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이 수치가 50.0을 넘으면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한다.
반면 미국의 (PMI)지수는 상승세를 보였다. 서비스 제공업체의 PMI지수는 2월 56.5에서 3월 현재까지 58.9로 늘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체들의 PMI도 2월 57.3에서 3월 58.5로 상승해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S&P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수가 감소함에 따라 수요가 반등, 공급 병목현상이 개선되고 고용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봉쇄정책은 여전히 장애요인으로 남아있다.
유럽의 경우 많은 나라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전에도 꾸준히 상승해왔는데, 침공 이후 몇 달 동안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결과 유럽지역 기업들은 199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비용 상승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비용을 측정하는 지수는 2월 74.8에서 3월 81.6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11월 76.0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
S&P글로벌의 수석 비즈니스 경제분석가 크리스 윌리엄슨은 "전쟁은 기존의 대유행과 관련된 가격 압력을 악화시켰으며 이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3일 이번 침공이 유로존의 소비심리에도 타격을 입혔다고 했다. 이달 초 여론조사 결과 유로존 소비심리는 2020년 초 대유행 당시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저조했다.
S&P글로벌은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침공 초기 가장 큰 다격을 입은 기업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만들어진 일부 부품들의 부족을 야기했고 유럽 전역 일부 공장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현재는 상황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단기적인 부품 공급 상황이 개선돼 다음주에는 츠비카우와 드레스덴 공장의 생산을 계획보다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츠비카우 부지는 유럽에서 이 회사의 주요 전기 자동차 공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3.7%로 낮췄다.
ECB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성장률이 2.5%에서 2.3%로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CB는 이달 초 2월 기준 5.9%에 이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향후 3개월 동안 국채 매입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오는 9월까지 국채 매입을 끝낼 계획이긴 하나 앞으로 몇 달 동안 경제 발전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는 채권 매입을 중단한 후 어느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도 했다.
UNCTAD는 부유국의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급속히 강화되면 세계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일 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여섯 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러한 긴축 통화정책이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채무상환 능력을 위협할 수 있고 이것이 국제적으로 나타난 경제적 위기에 부담을 더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UNCTAD의 세계화 부서 책임자인 리처드 코줄-롸이트는 "우리는 이것(금리 인상)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