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민, 서방이 러 생존 위협한다 생각"
"러 관영매체, 서구관 왜곡 캠페인 지속"
"국민들 대다수, 우크라 침공 정당화해"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지난 10여년 간 러시아 정부의 선전으로 러시아 국민들이 미국과 서방에 큰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정부가 지속적으로 서방 세계를 적으로 규정했고, 이들이 러시아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각종 군사 행동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출신 영화 감독 막심 포즈도롭킨은 워싱턴포스트(WP)와 나눈 인터뷰에서 "현재 러시아 관영 매체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는 10년 동안 지속된 서구관 왜곡 캠페인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포즈도롭킨 감독은 이를 러시아의 '일방적인 정보전쟁'으로 규정했는데, 러시아 정부가 시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해서 '서방은 우리에게 반대하며 우리 삶을 억압하고 파괴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주입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러시아인들은 지난 2014년 돈바스 전쟁, 2016년 미 대선 개입, 러시아 올림픽 도핑 등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러시아 억압'의 일환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때,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이를 '공격'이라기보다 러시아인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우리도 핵 옵션을 택하고 싶진 않았지만, 서방이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 제재가 러시아인들의 생각을 바꾸기 힘들 것이란 점도 지적됐다.
포즈도롭킨 감독은 "러시아인들은 삶이 힘들다고 해서 뿌리깊게 박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며 "서방의 제재 자체를 '전쟁 행위'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일반 러시아인들은 서방에 대항하는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러시아인들의 생각이 오랜 기간 정부로부터 세뇌 당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러시아 관영 매체는 러시아에 유리한 장면만을 방송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민간 시설을 폭격하는 모습 대신,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돕는 모습 등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포즈도롭킨 감독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서방 세계,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돕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에서 정부와 다른 입장, 즉 전쟁을 반대하는 언론을 찾으려면 '매우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VPN을 사용해 해외에 기반을 둔 독립 언론을 찾아야 하는데, 새로운 검열법이 통과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지난 14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세계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규제하고 나섰는데, 유튜브는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유튜브를 '양날의 검'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알렉세이 나발니 같은 반체제 인사의 유튜브 채널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러시아 선전가들도 유튜브를 운영한다"며 "완전한 미디어 블랙아웃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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