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 혐오·차별 조장" 강력 규탄

기사등록 2022/03/18 13:51:29

최종수정 2022/03/18 19:02:17

"전장연,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 내부 문건 공개

장애인 단체 "공기업, 장애인 기본권 투쟁 짓밟아"

서울교통공사 사과..."직원 개인 의견" 업무 배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8일 서울 혜화역 승강장에서 서울교통공사 규탄 및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등 촉구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2.03.1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8일 서울 혜화역 승강장에서 서울교통공사 규탄 및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등 촉구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2.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서울교통공사의 언론팀 직원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전장연은 이번 문건을 여론 공작으로 규정하면서 공사가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며 공사 측을 강력 규탄했다.

전장연은 18일 오전 10시께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진행한 단체 관계자들은 답십리역까지의 출근길 시위를 마친 뒤 공사 앞에 모였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서재현 전장연 활동가는 "서울시 공기업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행동지침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실현한 것에 대해 규탄한다"고 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발언한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공사가 조직적 문건을 만들어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 약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비판했다.

진은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활동가는 "서울교통공사는 사회적 약자를 무너뜨리기 어렵기 때문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전략은 기본권 투쟁인 장애인의 이동권을 짓밟는다"고 문건 내용을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18. [email protected]

발언에 앞서 관계자들의 부축으로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단체가 출근길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사람들의 이해, 중앙정부·서울시 등의 관심을 호소했다.

박 대표는 "얼마 전 한성대역에서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낀 이후 휠체어에서 떨어져 몸이 내팽겨져쳤다"며 "간격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다쳐 이를 고쳐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1년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사망한 이후 21년간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탈시설할 권리를 외쳤지만 서울시의 약속 불이행, 기획재정부의 부족한 예산 등으로 그간 바뀐 게 없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7년도에 장애인 등에 대한 편의증진법이 만들어졌는데 2022년인 지금까지도 턱 하나 낮춰달라는 얘기를 한다"며 "우린 일상적으로 동네 커피숍을 들어가려고 해도 턱 때문에 가질 못한다"고 토로했다. 

공사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 1명에게 책임을 떠넘겨 꼬리자르기 식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대표는 "서울교통공사의 사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책임지시고, 윤석열 당선자가 기획재정부를 통해 인수위원회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박 대표 등 전장연 관계자들은 공사 측과의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 공사의 본사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뉴시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 문건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 문건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교통공사는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전장연을 맞서 싸워야 할 상대로 규정하고 공사가 여론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전날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

작성자가 언론팀 직원으로 명시된 이 문건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인 전장연을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이라고 규정한다. 고사성어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쓰면서 전장연을 전략적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분석도 담겨 있다.

공사가 장애인 단체에 비해 여론전에 불리한 '실질적 약자'라는 내용도 담아 "약자는 선하다는 기조의 기성 언론과 장애인 전용 언론 조합과 싸워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여론전의 사례로 한 시민이 지난달 9일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하는데 전장연 측이 열차를 막아 갈 수 없다'며 항의한 사례를 제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사 측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문건은 한 직원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사내 자유게시판에 올린 것"이라며 "직원 개인 의견에 불과할지라도 그 내용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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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 혐오·차별 조장" 강력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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