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소송전까지…논란 많았던 방역패스, 120일만에 중단

기사등록 2022/02/28 10:13:09

최종수정 2022/02/28 10:22:44

11월1일 5종에 첫 도입…현재 11종 적용 중

학원·백화점 등 소송으로 방역패스 철회도

효과 불투명, 유행 급증에 방역 업무 과부하

"언젠간 중단해야…잇따른 방역 완화는 우려"

"접종 효과 명백…방역패스 없어도 백신 필요"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해 11월2일 오후 서울 시내 볼링장에 관련된 안내문이 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1.11.02.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해 11월2일 오후 서울 시내 볼링장에 관련된 안내문이 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1.1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도입했던 코로나19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가 120일 만에 중단된다.

당초 정부는 이번 오미크론 유행이 안정화될 때까지 방역패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소상공인 등 현장의 반발과 소송, 격리 지침 변경에 따른 무용론 등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 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내일(3월1일)부터 식당, 카페 등 11종 다중이용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방역패스는 지난해 11월1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도입됐다. 3월1일 이 제도가 중단되면 도입 후 120일 만이다.

도입 당시 방역패스는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과 경마·경륜·경정·카지노업장 등 5개 시설에 적용됐다.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확진자 급증으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급박해지자 지난해 12월6일부터 기존 5종에 ▲식당·카페 ▲학원 등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 ▲멀티방(오락실 제외) ▲PC방 ▲(실내)스포츠경기(관람)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안마소 등 11종이 추가돼 총 16종의 시설에 방역패스가 적용됐다.

지난달 10일부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이후로는 소송 등을 거쳐 현재 ▲유흥시설 ▲노래(코인)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내국인) ▲식당·카페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관람)장(실내) ▲파티룸 ▲마사지업소·안마소 등 11종에 방역패스가 적용 중이다.

정부가 밝힌 방역패스의 도입 목적은 미접종자의 감염 보호다. 1년 이상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으로 전 국민의 90% 이상이 접종을 받았지만, 10% 미만 미접종자가 전체 위중증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상공인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역패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불과 4일 전인 지난 2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대구지법의 식당·카페 방역패스 효력정지 판단에 항고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방역패스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유행이 안정화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방역패스 중단을 결정한 배경에는 끊임없는 반발과 소송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소상공인들은 방역패스에 반발해 집회를 열었고 학원과 독서실 등을 중심으로 방역패스를 해제해달라는 소송도 제기됐다. 법원에서는 소송의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는 결과가 나오면서 학원, 독서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는 방역패스 적용이 철회된 바 있다. 대구에서는 60세 미만의 식당·카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24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방역패스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2.02.24.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24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방역패스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2.02.24. [email protected]

접종의 효과와 달리 방역패스의 효과를 산출할 수 없다는 점도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꼽힌다.

정부는 다중시설 이용 시간 제한, 사적 모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와 구분한 방역패스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제도 시행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위중증 환자의 60% 이상은 미접종 또는 불완전 접종자다.

여기에 사회 전반적인 방역 제도가 완화되면서 방역패스만 유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접촉자 추적 관리를 위한 출입명부관리 목적의 QR코드 인증은 지난 19일부터 중단됐다. 현재는 QR코드 등을 통해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인 방역패스 용도의 인증만 시행돼왔다. 다음달 1일부터는 확진자의 동거가족에 대한 격리가 면제된다.

유행이 급증하면서 방역 인력의 업무 과부하도 고려할 사안이다.

전 장관도 "최근 확진자 급증에 따라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 발급에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온 보건소는 이번 조치로 고위험군 확진자 관리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돼 현장의 오미크론 대응 역량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 완화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유행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모든 정책에는 수명이 있고 방역패스도 언젠가는 중단돼야 할 조치이지만 연속적인 조치들이 매주 이뤄지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며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중증화율을 비교하면 효과가 명백하기 때문에 방역패스가 중단되더라도 접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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