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5명 중 1명은 요양병원·요양원 감염자
다인실, 공동 간병인 등 영향 감염 전파 빈발
현장선 "병원비 부담에 1인실 이용자 극소수"
전문가 "인센티브제 도입, 장기적 개선 필요"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코로나19 초기부터 감염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요양병원·시설은 '엔데믹'을 준비하는 현재까지도 고위험 취약시설로 꼽히고 있다.
밀집·밀접·밀폐 등 '3밀' 환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원인인 만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요양병원·시설의 감염 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감염취약시설 3종은 요양병원 등 장기요양기관과 정신건강시설, 장애인시설 등으로 분류돼있다.
이들 시설은 오는 3월부터 시행 예정인 동거인 격리 면제 지침에서도 제외됐다. 그만큼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요양병원·시설은 주로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장기간 거주한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모두 코로나19의 고위험군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는 요양병원과 정신병동이 연결돼있던 청도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유행 첫 해에만 819명의 사망자 중 33.3%인 273명이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에서 감염된 환자다.
현재는 유행 규모가 17만명대로 급증했지만 여전히 사망자 중 요양병원·시설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이다.
방대본 조사 결과 12일 기준 5주간 사망자 1059명 중 19.6%인 208명이 요양병원 및 요양원에서 감염됐다. 사망자 5명 중 1명은 요양병원·시설 감염자라는 의미다.
요양병원·시설의 위험성을 고려해 정부는 해당 시설 환자와 종사자에게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시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접종도 면역저하자와 함께 요양병원·시설 환자·입소자, 종사자 등이 맞고 있다.
또 요양병원·시설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일주일마다 주기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시설의 집단감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 요양병원은 6인실로 운영을 한다. 또 소수의 간병인이 다수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시스템이어서 감염이 전파될 우려가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이후에 요양병원 시설 개선에 대한 지적은 많이 됐지만 투자를 통한 개선은 되지 않았다"며 "다수가 좁은 곳에 밀집해 있는 시설과 환경을 바꾸려면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동형음압기, 고유량 산소치료기, 의료진 등을 지원하는 감염병전담요양병원을 운영 중인데 24일 기준 29개소, 4125개 병상에 불과하다. 이중 일반 환자가 아닌 코로나19 환자만 받는 의료기관은 18곳이다.
현장에서는 1인실 위주로 요양병원을 재편하는 건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인천지역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우리 병원에도 1인실이 있지만 이용하는 환자는 극소수"라며 "1인실은 나라에서 지원이 안 돼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요양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하루이틀 계시는 게 아니어서 한 달에 100만원을 넘어가면 모실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요양병원 내 감염 관리 강화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침상 간 간격이나 환기, 공기 청정기 설치, 간병인 교육 등의 의무를 확인해서 잘 이행하는 곳에는 인센티브를, 미진한 곳에는 불이익을 주면서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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