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러, 우크라 침공 원인은 국토·경제 안보 위협"
"사태 본 北 김정은, 核보유 필요성 느꼈을 것"
"우리나라도 대내외 정책 방향 재고할 필요"
"韓, 美주도 대북·러시아 제재 적극 동참해야"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가운데 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미국과 유럽 등 동맹국들이 군사적 지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말로만 이뤄지는 평화는 없다"고 분석했다.
전 전 차장은 25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개입 만이 사태를 역전시킬 수 있는데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전 전 차장은 이번 사태가 안보 위협이 높아졌다는 러시아의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영토 침입으로 국토 안보가 위험해지고, 가스라는 경제 문제가 신흥 안보 위협으로 떠올랐다"며 "러시아가 옛날의 '소련' 시절 제국을 꿈꾸는 데 장애요인이 생기자 침공을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려고 하자 러시아 입장에서는 영토적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나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는 유럽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할 때 반드시 우크라이나를 경유해야 하는데, 천연 자원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 전 차장은 "가장 큰 문제는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이 인근 국가인 폴란드로 군대 파견은 해도, 우크라이나 영토 안으로는 안 한다"고 지적했다.
그 배경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취약한 정치적 리더십을 꼽았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철수 등 조 바이튼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다보니 우방국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전 전 차장은 "우크라이나는 군사력이 없을 뿐더러 정치 체제가 탄탄하지 못하다"며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있으면 미국이 첨단 무기 등을 지원하겠지만, 그게 아닌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군사 지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전 전 차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내외 정책 방향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데,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보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하는 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크립톤(Kr), 천연가스, 원자재 수급 등에 차질이 생기고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정책과 전략에 동참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외교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