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되나…전문가들 "시기상조, 의료붕괴 우려"

기사등록 2022/02/15 06:00:00

최종수정 2022/02/15 07:31:37

김 총리 "서민경제 절박함 고민 안 할 수 없어"

전문가 "정점 지난 3월 1~2주쯤에나 검토해야"

남은 중환자 병상은 1900여개…"버티기 힘들어"

정은경 "단계적 거리두기에 동의…균형 맞춰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국노총 한국자영업자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손실보상 소급적용 촉구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2.1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국노총 한국자영업자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손실보상 소급적용 촉구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2.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이번주 중 사회적 거리두기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10주째 이어진 거리두기가 완화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대유행의 초입인 현 시점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1주 간격으로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가 언제든 의료체계 역량 이상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정점이 지난 뒤 3월 1~2주차까지 환자 발생 추이와 변경된 재택치료관리시스템에 문제 없는지 보고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늘어나는 확진자 관리도 안 돼 격리와 통보 해제도 제대로 안 되고 있고, 상태가 나빠진 일반관리군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사인(신호)를 주다니"라며 "중환자도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하는데 제발 위기를 스스로 키우지 맙시다"라고 반대 의견을 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2~3주 단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해왔다. 전국 사적 모임 6인, 식당·카페 등 오후 9~10시 영업제한 등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오는 20일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주부터 꾸준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KBS 생방송 인터뷰 '긴급진단'에 출연, "서민경제의 절박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문가들은 성급하다는 의견과 함께 워낙 강하게 경고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 완화를) 해야 한다면 (완화)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금이나마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드리되, 확산 과정에서 기름을 붓는 꼴이 되면 안 되니 그 사이에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전날 "확진자 억제보다는 중증·사망 최소화를 위한 집중 전략을 취해 사회적 거리두기 변동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오미크론 유행이 빠르게 확산하지만 위중증과 사망자는 증가하지 않고 의료 체계 여력도 상당히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오미크론 검출률이 90% 이상으로 늘고 확진자가 5만명대로 급증하자 위중증 환자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 변이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해도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 의료체계에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해 국내 근로자 중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는 652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3.9%로 조사됐다. 2022.02.03.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해 국내 근로자 중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는 652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3.9%로 조사됐다. 2022.02.03. [email protected]
실제로 질병관리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오미크론에 감염된 60세 이상 고령자 3007명 중 149명(0.05%)이 중증으로 이어졌다. 최근 1주간 전체 확진자 중 고령층은 11.7%를 차지하며, 이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예측대로 이달 말 하루 17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오미크론 감염자의 중증화율이 0.42%라는 점을 고려하면 1~2주 뒤 매일 714명의 위중증 환자가 쏟아질 수 있다.

그러나 전국의 중환자 병상은 14일 0시 기준 전국에 2573개가 있으며, 662개(25.7%)는 사용 중이다. 남은 중환자 병상은 1911개 수준이다. 정점에 도달할 때면 2~3일이면 중환자 병상이 모자랄 수 있다.

손 반장은 "위중증 환자를 1500명까지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는데 관리 여력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자 목표가 될 것"이라며 "전반적인 유행 상황과 중증·사망 상황, 의료 체계를 종합적으로 보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거리두기도 조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의 초입에 있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 등 여러 지표가 좋지 않다"며 "너무 빨리 거리두기 완화 결정을 내리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감염자가 폭증할 것이고, 단기간 확진자가 폭증하면 의료체계가 버티기 위험한 환경이 된다"고 경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전날 김 총리와 함께 '긴급진단' 인터뷰 자리에서 "단계적으로 거리두기 조치를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면서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균형점을 잘 맞추는 게 필요할 듯 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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