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한령 물꼬 텄는데…반중정서 우려 목소리

기사등록 2022/02/09 08:17:09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반중 정서가 들끓고 있다. 연예계 스타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내자, 중국 네티즌들은 악플을 쏟아부었다. 최근 한국 드라마·영화가 잇따라 중국에 유통 돼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지에서도 반한 감정이 고조 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황대헌, 이준서는 편파 판정으로 실격 당했다. JTBC 아나운서 출신 장성규를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 RM 등은 이들을 응원해 중국 네티즌에 댓글 테러를 당했다. 장성규 아들을 성희롱하는 등 선 넘은 악플이 이어졌다. 장성규는 "중국분들 다 좋은데 제 아들의 소중이 만큼은 건드리지 말아달라"면서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더욱이 RM은 별다른 멘트를 남기지 않았다. 황대헌 중국 선수를 추월하는 영상과 함께 '박수' '엄지척' 이모티콘만 달았지만 악플 세례를 받았다. '구토' 이모티콘과 '위 해이트 BTS'(우리는 BTS를 증오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룹 '에스파' 중국인 멤버 닝닝도 속앓이를 했다. 지난 5일 중국이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금메달을 획득하자, 메시지 플랫폼 '디어유 버블'에 "와우. 오늘 밤 첫 금 받았다니…기뻐"라고 썼다. 이틀 뒤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 오심으로 중국 여론이 악화 돼 닝닝에게 비난 화살이 향했다.

이 외에도 코미디언 이성미, 김지민, 신봉선, 이수지를 비롯해 국악인 송소희, 탤런트 김지우 등이 편파 판정에 분노했다. 한류스타들은 중국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SNS에 직접 글을 남긴 이는 없었다.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양국 관계가 민감해진 만큼 조심할 수 밖에 없다.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판정을 통해 금메달과 은메달이 확정된 중국 김선태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런쯔웨이, 리원룽 등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2.02.07. yesphoto@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판정을 통해 금메달과 은메달이 확정된 중국 김선태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런쯔웨이, 리원룽 등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2.02.07. [email protected]

중국 내 반한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쇼트트랙이 강한 이유는 반칙을 일삼기 때문'이라며 한한령을 재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국제빙상연맹(ISU), 헝가리·한국 이의 기각'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 2명 인터뷰 거부 후 경기장 떠나' '한국 반칙' '리우 샤오린 반칙' '황대헌 반칙' 등도 실검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기 직전까지 2016년 사드 배치로 촉발한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해 12월 나문희 주연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가 중국에서 개봉했고, 이영애 주연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2017)는 지난달 4일 중국 후난위성TV IPTV 채널인 망고TV에서 방송됐다. 한한령 이후 한국 영화·드라마가 현지에 유통된 건 6년 여 만이다. 최근 송혜교 주연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2021~2022)는 중국에 방영권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한류스타 전지현을 비롯해 그룹 '빅뱅' 지드래곤, 가수 아이유 등도 중국 브랜드 모델로 얼굴을 드러내면서 한한령 물꼬가 트인 것으로 보였지만, 개막식 한복공정부터 쇼트트랙 편파판정까지 베이징올림픽발 반중 정서가 변수로 떠올랐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최근 한한령 완화 움직임이 보여 중국 활동을 논의했다. 반중 여론이 확산 돼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지만, 중국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장이다. 반중·반한 정서가 확산 돼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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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2/02/09 08:17:0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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