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반도 전문가 도널드 커크 더힐 기고문서 주장
'대사 지명 연기함으로써 은근히 종전선언에 반대 의사 비쳐'
'대사내정자 대북 강경파지만 대화 위한 제재 완화 수용할 수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6일 1년 이상 비어있는 주한 미 대사로 필립 골드버그 주 콜럼비아 미 대사를 내정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지난 5일(현지시간) 30년 이상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미 언론인 도널드 커크의 "주한 미 대사에게 닥칠 힘겨운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미 정부가 주한 미대사 지명을 1년 이상 늦춘 것은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자가 정해지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이다.
주한미대사 내정자 필립 골드버그은 오는 3월 한국 대선의 승자를 상대하게 될 것이다. 골드버그는 10년도 더 전에 국무부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에 대해 유엔의 제재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대북 강경파다.
골드버그가 한국에 부임할 즈음엔 한국은 새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으로 새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을 때가 된다. 골드버그는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며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보여야 대화와 긴장완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와 국무부의 자문 아래 해리 해리스 전 주한대사가 지난해 1월 임기를 마친 뒤 1년 넘게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미 정부인사 누구도 주한미대사를 공석으로 방치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서울에선 미국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자가 선거에서 정해지기를 기다렸다는 추정이 파다하다.
대사 지명을 연기함으로써 미국은 은근히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3년 가까이 미국 및 한국과 대화를 거부한 끝에 최근 제재를 무시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해 2017년 이래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에선 김정은이 2017년 이래 중단해온 핵실험도 재개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한다.
2019년 주한미대사로 부임한 해리스 전 대사는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한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문재인 정부를 실망시켰다. 골드버그 내정자는 까다로운 정부들을 상대로 신중하고 치밀한 외교를 펴온 이력을 지녔다. 그는 현재 콜럼비아 대사이며 필리핀 주재 대사도 역임했다. 골드버그는 비핵화를 철저히 추구할 것이지만 인도적 지원은 물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부 제재 완화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골드버그 대사의 가장 큰 임무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는 북한에 맞서 한미 군사동맹을 강력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그중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소한 이래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해온 한미군사연습을 재개하는 일을 특별히 꼽을 수 있다. 미군 사령관들은 컴퓨터 훈련이 실전훈련을 대신할 수 없으며 재개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골드버그 대사는 또 여타 주요 동맹 이슈도 다뤄야만 한다. 이와 관련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의 좌·우파가 "에너지와 기후 변화, 대중국 정책, 한국의 쿼드(Quad) 안보대화 참여 등 중요 동맹 이슈에 입장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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