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내과 박원장'으로 코믹연기 도전
대머리부터 파마·양갈래머리까지 선봬
PPL 향연·어색한 연출에 혹평도 잇따라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홈페이지·앱에 들어가면 드라마 '내과 박원장'이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포스터 속 대머리 의사는 결의에 찬 눈빛을 보였다. 바로 배우 이서진(51)이다. 잘생긴 외모에 좋은 학벌, 부유한 집안까지 갖춰 연예계 대표 '엄친아'로 불렸는데 대머리 의사로 변신할 줄 누가 알았을까. 한편으로 '이서진은 참 똑똑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대머리로 변신한 모습이 정말 잘 어울려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처음 내과 박원장 포스터를 공개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서진은 기존의 젠틀하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벗고, 연기 변신에 나선 자체만으로 박수를 받을 만했다. 그런데 지난 14일 공개 직후부터 혹평이 쏟아졌다. '티빙에서 꼭 봐야 하는 콘텐츠'라고 광고하는 게 무색할 만큼 반응이 좋지 않다. 30일 기준 티빙 인기 프로그램 5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이 드라마는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 '박원장'(이서진)의 적자 탈출기다. 박원장은 진정한 의사를 꿈꿨으나, 파리 날리는 진료실에서 의술과 상술 사이를 고민하고 있다. 장봉수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캐스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서준범 감독은 예상치 못한 이서진을 캐스팅, 의외성에서 나오는 웃음을 기대했다. "짠내 나는 박원장의 정반대 이미지를 찾았다"며 "예능에서조차 젠틀한 모습을 보인 이서진을 원픽으로 택했다"고 밝힌 이유다. 이서진은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해 무리 없이 배역을 소화했다. 다소 과장된 모습도 보였으나,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연출과 카메라 구도다. 1회부터 지난 28일 공개한 6회까지 카메라가 계속 흔들려 집중할 수 없었다. 카메라 감독이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며 연기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회에서 실제 의사를 인터뷰해 병원업계 현실을 알려주는 등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 점은 신선했다. 그러나 극중 인물이 속마음을 터놓는 인터뷰 장면이 계속 나와 재미를 떨어뜨렸다. 시청자 반응을 의식한 듯 1회 방송시간은 41분가량 됐지만, 2회부터는 30분 내외로 줄었다.
과도한 간접광고(PPL)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기업 CJ ENM 계열 OTT인 만큼, 어느 정도의 광고는 이해할 수 있다. 자막으로 '이 프로그램에는 간접광고 및 가상광고가 (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고 알렸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1회는 동아제약 피로회복제 '박카스', 2회는 떡볶이 브랜드 '떡슐랭', 3회는 노브랜드 커피믹스 '까페라떼' 광고 그 자체였다. 30분 내내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해당 브랜드에 호감이 가기는커녕 부정적인 이미지만 쌓였다. 광고를 위해 '그 회차 주제를 선정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특히 2회에서 박원장이 간호사 '차미영'(차청화)·'차지훈'(서범준) 모자와 떡볶이를 먹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박원장은 갑자기 카메라를 바라보며 "역시 떡볶이는 떡볶이 잘하는 집 떡슐랭이지!"라고 엄지를 들었다. 차미영이 '지금 누구한테 얘기하시는 거죠?'라고 묻자, 박원장은 '가끔 광고처럼 말하고 먹으면 맛있다'고 해 실소를 유발했다. 박원장이 기억 남는 환자를 회상하는 장면도 억지스러웠다. 과거 박원장은 암환자 부탁으로 떡볶이를 사다줬다. 암환자가 무균실에서 떡슐랭 떡볶이를 먹는 모습은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CF 감독 출신인 서 감독은 30초 분량 광고를 30분으로 늘리는 데 집중한 것처럼 보였다. 4회에서 박원장과 곧 휴(休) 비뇨기과 원장 '최형석'(정형석)은 지노믹트리 '얼리텍 재장암 보조진단 검사' 광고 판넬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원장이 판넬을 가리자, 최 원장은 '오우~광고 다 가려'라며 말렸다. 박원장은 또 카메라를 바라보고 손을 내밀며 '얼리텍 하세요'라고 광고했다. 지노믹트리 얼리텍은 실제로 이서진이 모델인 브랜드다. 이외에 이서진이 모델인 크리스피바바 '프리미엄 양모이불', 수분보충 음료 '링티' 등 PPL이 쏟아졌다.
박원장 부인 '사모림' 역의 라미란(47) 활약도 아쉽다. 그동안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웃음을 책임졌지만, 내과 박원장에선 사랑스러운 부인 역할에만 치중했다. 이서진 원맨쇼를 위해 라미란을 주변인물로 전락시켜 아쉬움을 줬다.
4회에서 이서진이 여장한 모습에 탄식만 나왔다. 박원장은 딸을 원하는 사모림을 위해 셋째 프로젝트에 돌입했지만, 사고로 생식기를 다쳤다. 한쪽 고환은 문제가 없었으나 고자가 됐다고 거짓말했다. 사모림은 여성호르몬이 증가한 박원장을 파마머리로 변신시켰다. 이후 박원장이 사모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기 위해 양갈래 머리에 치마를 입고 등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졌는데, 웃음이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서진은 처음 이 드라마 극본을 받았을 때 '잘못 보낸 건가?'라고 생각했다고. 이후 대머리 분장을 먼저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진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자본주의가 이렇게나 무섭다'는 댓글에 기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B급 코미디를 내세운 내과 박원장은 PPL 향연과 함께 인위적이고 어색한 웃음만 유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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