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몇달째 괴롭혀"…이재명·송영길은 선 그어
與, 당혹 속 부글부글 "굳이 공개해 일 키우나"
조응천 "불교계 요구…鄭 선당후사 필요한 때"
PK 간 송영길 템플스테이…'승려대회' 참석 고려
洪, 종로 보궐선거에 최재형 공천 요구…대구도 지인 추천한 듯
권영세 "책임 있는 행동 못할 시 당원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
홍준표 "윤석열 후보와 한 이야기로 나를 비난하다니 방자하다"
[서울=뉴시스]정진형 김지현 박준호 정윤아 김승민 기자 = 대선 앞에 성난 불심(佛心)을 달래는 데 부심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의원발 '이핵관(이재명측 핵심 관계자)' 논란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공천을 요구한 것이 논란을 일으켜 원팀 구성이 멀어지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원은 지난 18일 밤 페이스북에 "이핵관이 찾아왔다.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면서 탈당 권유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촉구해 분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후보 측근을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빗대 '이핵관'으로 지칭하며 날을 세운 것이다.
여기에 "여러 달 동안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며 "당이 나를 버려도 나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탈당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에,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불교계는 정 의원 출당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항의방문하는 등 해를 넘기며 진통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이재명 후보는 동작구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당 권유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 의원에게 누가 뭐라고 했는지는 내가 아는 바가 없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불교계 문제가 민주당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좀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송영길 대표도 광주 KBS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 인터뷰에서 "잘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당혹스런 기색과 함께 부글부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난 불심을 달래려 당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와중에 논란의 당사자인 정 의원이 도리어 곤혹스러운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설령 탈당을 권유받았어도 거부했으면 된 일을 굳이 그런 제안을 받았다고 공개해 일을 키우고 불교계를 자극하는지 모르겠다"며 "그간 당에서 노력한 것을 망친 셈"이라고 탄식했다.
다만 당 차원의 출당 징계와는 선을 그었다. 정 의원 발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개인부정이나 비리가 아닌 외부의 출당 요구를 수용하는 게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인 탓이다.
민주당은 꾸준히 불교계를 달래는 노력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조계사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을 만나 "우리 식구 중 하나가 과한 표현으로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대신 사과한 바 있다.
여기에 기독교인인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 등이 지속적으로 전국 사찰을 돌며 소통 행보를 하고 지난 17일 윤호중 원내대표와 이 후보 후원회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36명이 서울 조계사를 찾아 참회의 뜻을 담은 108배를 올리기도 했다.
설 연휴 전까지 부산·울산·경남(PK)를 순회하고 있는 송 대표도 전날 부산 해운정사를 찾아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를 예방하는 등 성난 불심을 달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진제 스님 예방 후에는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하루밤을 묵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등 불교계를 달래는 데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부상투혼도 이어지고 있다. 당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아 불교계와 소통해온 김영배 최고위원도 최근 무릎을 다쳐 목발을 짚게 됐다. 송 대표도 지난달 경기 화성 용주사에서 조문 후 내려오는 길에 접질러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여지껏 휠체어를 타고 있다.
여기에 오는 21일 조계종이 예고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 당 지도부와 정 의원이 참석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국 승례대회 전까지 지도부는 최대한 진심을 다한다는 입장"이라며 "굉장히 조심스럽게 적극적으로 불교계와 소통하며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내에선 자진탈론 요구도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리신 걸 보고 의아스러웠는데, 솔직히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마음 속으로 자진해서 탈당해 줬으면 하는 의원 분들이 주위에 많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선당후사가 필요한 때가 언제인가"라며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했다.
이어 정 의원이 '내 사전에 탈당과 이혼은 없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사랑하기에 헤어졌노라 그런 얘기도 있지 않나"라며 에둘러 탈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런(자진 탈당)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보냐'는 사회자 질문에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공개적으로 자기 한 사람을 지목해서 자꾸 사퇴하라(는 말이) 계속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 얼마나 괴롭겠나"라며 "만약에 제가 그렇다면 되게 민망하고 괴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억울한 점이 많겠지만 불교계가 요구하는 점 중에 하나니까"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의 '이핵관' 표현에 대해선 "제가 아는 한은 우리 당 내에 핵관은 없다"며 "(국민의힘)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렇게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핵관이라고 그러는데, 그 분들이 아니라 실무진이 주로 비서실에 포진돼서 후보의 일정, 메시지를 그동안에 도맡아서 해왔다. 그래서 사고 난 게 삼프로TV"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전부 다 권한과 직책이 같다"며 "적어도 윤핵관에 대비할 만한 이핵관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하루종일 홍준표 의원의 공천 요구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홍 의원이 전날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특정인사를 공천해 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20일 알려졌다.
이에 당 지도부에서는 홍 의원을 겨냥해 지도자급 인사라면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이날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가 얼마 전에 이미 당의 모든 분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바가 있다"며 "만일 그렇지 못한 채 후퇴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권 본부장은 특정 인사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최다선(5선)인 홍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홍 의원은 전날 서울 모처에서 가진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관련, 종로와 대구에 대한 사실상 공천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이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공천을 요구했고, 곽상도 전 의원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대구 중남구 지역구에도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추천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홍준표 의원을 공개 지지하며 경선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당일 회동은 윤 후보가 지난 18일 먼저 요쳥해 성사된 것으로, 회동의 주 목적은 경선 후 '원팀'을 구성하기 위해 윤 후보가 홍 의원에게 상임고문직을 제안한 것이었다.
홍 의원은 회동 직후 "윤 후보와 만찬을 하면서 두가지 요청을 했다"며 "첫째 국정운영능력을 담보할만한 조치를 취해 국민불안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 둘째 처갓집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 두 가지만 해소되면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이 일부 공천권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지도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본부장이 공개석상에서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권 본부장은 당 조직과 재정 업무 등을 총괄하고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 사무총장을 겸직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회의를 마친 후 당 지도자급 인사 관련 발언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액면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냥 뭐…그 부분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대답을 회피했지만 부인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권 본부장은 "두가지 부분, 어제 회동과 오늘 발언은 액면 그대로 이해해주시고 특별히 (말을)보태지는 않겠다"고 했다.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문제에 대해선 "지금 논의 중이다"며 "아직 논의중인데 어디보니까 공정성을 위해서 사무총장이 안 맡는다는 얘기가 잘못된 것이고, 사무총장이 관행적으로 맡는게 객관적, 중립적으로 맞는데 그런 방향으로 갈지는 조금 더 논의를 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홍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서 정리를 했어야 한다"며 "어떻게 후보하고 한 이야기를 가지고 나를 비난하느냐. 방자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 서울 종로구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공천해 달라고 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국정운영을) 불안해하니 종로에 최재형 같이 깨끗하고 행정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들이 대선 전면에 나서야지 선거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윤석열 후보에게) 요청을 한 것인데 그걸 두고 자기들끼리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서 공개적으로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 갈등을 수습하기는 커녕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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