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비트코인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기조와 채굴 2위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시위로 인한 인터넷 폐쇄 등으로 인해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서 오전 11시35분 기준 비트코인은 517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조기 통화 긴축을 시사하면서 업비트 기준 4% 가까이 하락한 뒤 8일 하루를 제외하고 내리 하락세가 이어졌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더해 시중에 푼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테이퍼링)까지 언급하자 시장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것이다. 비트코인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렸던 만큼 양적 긴축 소식은 비트코인의 가격을 얼어붙게 할 만한 주 된 요인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의 하락은 연말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말 비트코인의 옵션 만기일이 다가오며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스큐에 따르면 12만9800건의 옵션 계약 만기가 지난달 31일 도래했다. 해당 계약들은 총 60억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은 만기를 앞두고 옵션 매수자에게 최대 손실을 발생시키는 가격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결제 후 며칠 안에 뚜렷한 방향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비트코인은 글로벌 시세 기준 5만2000달러를 기록한 후 내림세를 타며 며칠간 4만 5000달러대를 횡보하며 가격대를 낮춘 바 있다.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가가 현재 미국인만큼 비트코인은 미국 경제 이슈에 많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케임브리지 대체 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트코인 세계 1위 채굴국은 글로벌 총 용량의 35%를 차지한 미국이었으며, 카자흐스탄은 18.1%로 2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자산운용사 아이크캐피털의 알렉스 크루거 설립자 "오는 수요일에 발표될 미국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오면 비트코인이 가격이 3만달러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거는 지난 9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 자산은 위험 곡선의 가장 끝단에 있다"며 "(암호화폐가) 연준의 매우 보기 드문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암호화폐에서) 더 안전한 자산 계층으로 돈을 옮겨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에 이은 채굴 2위 국가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시위도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6일 정부의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에 반대하는 대정부 항의 시위가 발생하며 인터넷이 전면 차단돼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한 때 급락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란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네트워크에 동원된 연산 처리 능력으로 일반적으로 해시레이트가 높아지면 연산처리량이 많아져 채굴난이도가 올라가 공급량이 줄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는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카자흐스탄의 소요사태가 진정되면서 이로 인한 추가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여전히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으로 인한 우려감 등으로 인한 가격 조정을 예상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는 양적긴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몇 년간 상승한 데 따른 차익실현, 그리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승인 연기에 따른 모멘텀 소멸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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