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열쇠가 뭐기에...' 서구, 내년에도 퇴직공무원에 순금열쇠

기사등록 2021/12/15 17:46:47

최종수정 2021/12/15 18:22:43

'퇴직공무원 기념품 지급' 2000만원 예산 책정

예결심사서 당대당 대립, 정족수 부족으로 올해도 원안 통과

퇴직예정자 20명에 100만원 상당 순금 열쇠 지급 예정

대구시 서구청.
대구시 서구청.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 '자제' 권고에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여전히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순금 열쇠 등 기념품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 8개 구군 중 중구와 달서구, 수성구를 제외한 5곳 지자체가 포상금을 지원한다. 수성구는 내년부터 포상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대구 서구는 퇴직 공무원 20명에 대한 기념품 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해 또다시 빈축을 샀다. 일부 의원들이 나서서 관행을 없애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5일 대구 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종합심사를 했다.

구청 측은 내년 정년(명예)퇴직 예정자 20명에 대한 기념품(100만원 상당의 순금열쇠)과 공로패(20만원 상당) 등 지원 예산안으로 2000만을 편성했다.

심의에 앞서 구의회 여당 소속 의원들은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로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4월 퇴직을 앞두거나 장기근속자에게 과도한 기념품을 주는 행위는 예산 낭비라고 지적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 내년도 예산편성 운영기준 지침에도 객관적인 공적 심의를 거치도록 권고하고 있어 세금 집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야당 소속 구의원들과 구청 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차금영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주민들을 위해 일한 것은 맞지만 격려를 넘어 세금까지 쓰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반 회사와 다르지 않나. 우리(서구)부터 관행을 바꿔야 한다. 지역의 월남참전용사 가족들에 대한 지원금도 높이고 저소득층을 위한 부분에 예산을 좀 더 써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 소속 어느 의원은 "구청이 편성해둔 예산을 우리가 굳이 깎아서, 욕먹을 이유가 있나"고 따지기도 해 비난을 샀다.

구청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구와의 형평성도 있다. 사실상 임기 중 관행을 없애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했다.

서구의회 사상 처음 차수를 넘겨 심사할만큼 팽팽하게 의견이 맞섰다. 결국 표결에 부쳐졌고 그 결과 3대 3으로 원안 가결됐다. 당대 당으로 맞서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또다시 산을 넘지 못한 것이다.

내년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포상금이 결국 예산에 책정됐다.

차 위원장은 "서로 눈치만 보게 되면 관행이라는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정년이 다 되도록 힘쓴 직원들에게는 순금보다 오히려 공로패가 훨씬 더 값진 것 아니겠나. 어디에 의미를 두느냐의 차이일 뿐이다"고 아쉬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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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열쇠가 뭐기에...' 서구, 내년에도 퇴직공무원에 순금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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