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일찍 문을 닫아야 했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10개월여 만에 다시 돌아왔다.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 20주년 기념 버전으로 의상, 안무, 조명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고전의 힘과 오리지널의 생생함을 맛볼 수 있다. 공연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 스루(Sung-through) 형식으로, 세 남자의 구애가 담긴 '아름답다(Belle)'를 비롯해 귓가에 꽂히는 넘버들이 매력적이다. 대사가 없어도 프랑스어의 음률, 아름다운 시적 가사, 반복된 구절로 감정을 오롯이 전달해 그 공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름답지만 파멸로 치닫는 처절한 이야기는 각 캐릭터 서사를 조화롭게 담아낸다. 사랑을 소재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갈래의 감정과 갈등을 그려낸다. 자신을 거둬준 프롤로에 대한 복종부터 친절을 베푼 에스메랄다에 대한 헌신적 사랑을 보여주는 콰지모도, 욕망과 신념 사이에 갈등하는 주교 프롤로, 약혼녀와 새롭게 매료된 에스메랄다 사이에 괴로워하지만 결국 기득권을 택하는 페뷔스, 노트르담을 안식처로 원하는 집시들의 우두머리 클로팽까지.
1998년 프랑스 초연 멤버인 다니엘 라부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롤로답게 노련함으로 무장했다. 욕망에 고뇌하는 성직자의 모습부터 극의 갈등을 절정에 달하게 하는 악역까지 70대에도 뛰어난 성량을 자랑한다. 1150회 이상 '노트르담 드 파리' 무대에 선 리샤르 샤레스트도 베테랑 면모를 보여주며 극 중 해설자 그랭구와르의 매력을 뿜어낸다.
특히 주연들은 노래에 몰두하고, 무용수들은 춤으로 그 감정을 증폭 시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프랑스 뮤지컬만의 특징으로 노래 파트와 안무 파트가 나뉘어 있다. 집시로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아크로바틱, 브레이크, 현대무용 등 다채롭고 화려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특히 100㎏이 넘는 세 개의 대형 성당 종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댄서들의 몸짓, 콰지모도가 깊은 절망에 빠진 마지막 순간 공중에서 펼쳐지는 여성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는 12월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며, 이후 대구 계명아트센터, 부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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