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1만곳 대상 요소수·요소 불법 유통 점검
요소수 대란 전부터 무차별 사재기 진행 지적
호주·베트남 등서 도입 추진…"추가 도입 노력"
장기 수입 다변화 체계 갖춰야…전략물자화도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정부가 차량용 요소수 사재기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재고 파악에 들어갔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유통 체계를 샅샅이 찾기 힘든데다 요소수 품귀가 표면 위로 떠오르기 전부터 불법 행위가 이뤄졌을 것이란 추정이다.
단순히 물량 확보에만 급급할 뿐 근본적인 수입 다변화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수입 다변화와 함께 전략물자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9일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인 8일 '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요소수·요소 불법 유통 점검에 나섰다.
대상 업체는 요소 수입업체, 요소 제조업체, 중간 유통사, 주유소 등 1만여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제조사와 유통단계별 요소수 재고량, 판매 가격, 담합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다. 사재기 등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고발 조치하고, 즉각 수사할 방침이다. 자료 제출이나 검사 거부 시에도 엄정 대처한다.
환경부는 요소수 제조·수입업체를 상대로 '중간 유통업체'를 파악하고, 중간 유통망에서 최종 판매처까지 사재기를 확인할 계획이다. 1만곳 이상에 달하는 업체를 전수 조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신고와 제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점검으로 숨겨진 요소수까지 샅샅이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요소수 대란이 표면에 오르기 전인 지난달부터 요소수 부족을 예상하고 사재기가 무차별적으로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지난달 말께 전자상거래 홈페이지마다 요소수가 동났다며 지금이라도 사재기를 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글들이 게시됐다. 일부는 지난해 초 마스크 대란을 빗대며 요소수 대란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요소수 부족이 본격화한 지난주에도 사재기 등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합동 점검에 앞서 지난 4일부터 당국에 신고된 매점매석 행위 및 요소수 가격 과다, 제조 기준을 위반 의심 등으로 신고된 건은 총 87건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는 정부 주도의 수입선 다변화가 꼽히지만, 현재 정부가 확보한 요소수만으로는 부족 문제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전날 호주에서 요소수 2만7000ℓ, 베트남에서 요소 200t(20만ℓ 추정) 도입을 확정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 1만t 수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경부가 추정한 국내 차량용 요소수 하루 사용량 600t(60만ℓ)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해외 도입량에 국내 재고량, 군 비축분 등을 활용해 시급한 곳부터 요소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계속 해외에서 요소수를 수입하고, 이번 기회에 장기적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부 대책으로 매점매석 긴장도를 높이고, 호주에서 들여오는 요소수도 임기응변으로 단기간에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완성된 요소수를 가져와 계속 국내에 공급하고, 요소를 요소수로 만들고 절차를 거쳐 공급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계속 이런 노력을 지속하면서 실제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요소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국내에서 수입 의존도가 60~80% 이상인 제품을 점검해 수입 재고량을 늘리거나 전략물자화해 국내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생산하게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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