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월평균 소득 428만7000원…전년比 0.7%↓
평균 지출은 247만5000원으로 3.8% 늘어
지원금 포함 공적이전소득 37% 큰폭 줄어
경기 회복에 근로·사업·재산소득 동반 상승
"코로나19 4차 확산 여파는 다음 분기부터"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우리나라 전체 가계소득이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난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효과가 올해 2분기에는 사라지면서 가계로 들어오는 돈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올해 들어 고용난과 자영업 업황 부진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가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이 동반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다.
소비심리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대면 서비스 등과 관련된 씀씀이도 커졌고, 여기에 집값 상승 여파 등이 더해져 가계지출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사라진 전 국민 지원금 효과에 가계소득 쪼그라들어
이 수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7년 2분기(-0.5%) 이후 16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에도 줄곧 상승세(2.2%→3.5%→1.8%→1.8%)를 유지해왔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전소득이 61만7000원으로 28.6% 줄어들면서 전체 가계소득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 등을 포함하는 공적이전소득이 42만1000원으로 37.1% 감소했다. 친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은 19만6000원으로 1.1% 늘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해 5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라 큰 폭 증가했던 사회수혜금이 이번 분기에는 줄었다"며 "이로 인한 기저효과로 가구의 총소득도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전체 소득에서 64.0%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274만3000원으로 6.5% 증가했다. 올해 들어 고용 지표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관련 소득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자영업 업황도 지난해보다 나아지면서 사업소득은 80만6000원으로 3.6% 증가했다. 배당, 이자, 개인연금을 포함하는 재산소득은 4만2000원으로 59.7% 뛰었다.
앞서 지난해 2분기에는 근로소득(-5.1%), 사업소득(-6.6%), 재산소득(-41.4%)이 동반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올해 들어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모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 경조소득과 실비보험금, 복권당첨금 등 일시적 수입을 뜻하는 비경상소득도 11.1% 증가한 7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정 국장은 "고용 상황 호조와 자영업 업황 개선에 따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살아나는데…4차 대유행 여파는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1.2%)에도 가계 지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에는 지원금 지급에 따른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는 소비심리 회복세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항목별로 보면 주택 주거비, 유지비, 연료비 등을 포함하는 주거·수도·광열 지출(7.8%)이 늘었다.
특히, 주택 유지 및 수선 관련 비용(69.7%)이 큰폭 늘었는데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관련 지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월세 등 실제 주거비(4.5%)도 증가세를 보였다.
보건(10.6%) 관련 지출도 늘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7.7%), 외래의료서비스(21.8%), 입원서비스(55.3%) 지출이 확대됐고, 마스크 등 의료용 소모품(-45.6%) 지출은 줄었다.
교육(31.1%) 부문도 비교적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대면 수업 재개,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확대 등으로 학원·보습교육(27.6%)에 쓰는 돈이 전보다 늘었다.
오락·문화(4.1%), 음식·숙박(3.3%) 등 대면 서비스업 관련 소비가 살아나는 점도 눈에 띈다. 이외에 식료품·비주류음료(2.0%), 주류·담배(1.6%), 통신(1.5%) 부문 등에서도 증가세를 보였다.
반대로 가정용품·가사서비스(-7.0%), 의류·신발(-4.2%), 교통(-0.4%) 등의 지출은 감소했다.
세금, 국민연금 납입금, 건강보험료, 대출 이자, 가족 용돈, 교회 헌금 등 소비 활동과 무관하게 나가는 비소비지출은 83만3000원으로 4.6% 증가했다.
지난 7월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되기 이전까지는 방역 단계가 낮았고 이로 인해 개인적인 외출·모임이 늘어나면서 관련 지출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경상조세(14.3%), 사회보험료(9.1%), 연금기여금(7.0%), 가구간이전지출(5.7%)은 늘어난 반면 비경상조세(-26.9%),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6.0%), 이자비용(-2.7%)은 감소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45만4000원으로 1.9% 감소했다. 이는 실제로 가구가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소비성향은 71.7%로 3.9%포인트(p) 뛰었다. 100만원을 벌면 71만7000원을 쓴다는 의미다.
처분가능소득과 소비지출의 차이를 나타낸 흑자액은 97만9000원으로 13.7% 감소했다. 흑자율은 28.3%로 3.9%p 하락했다.
정 국장은 " 백신 접종 등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 증가했다"며 "교육,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대면 서비스 관련 소비도 일부 회복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분기에는 코로나19 4차 확산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기 이전 결과"라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는 다음 분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