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내홍 수습 국힘, 선관위원장 '뇌관' 남았다

기사등록 2021/08/18 07:00:00

원희룡 "이준석 '尹 정리' 발언 들었다" 증언

경선 주도권 경쟁에서 윤석열, 기선 제압해

잠시 냉전 시작됐지만 '선관위' 구성이 뇌관

李, '서병수' 카드 버리면 대선주자 경선 전면에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8.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8.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이 멈췄다.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맞서 자기 정치를 펼치던 이 대표가 잇단 독단적·돌출 행동을 보이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리더십에 타격을 받은 이 대표가 침묵 모드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한 모두발언이 없다"며 말을 줄였다. 지난 6월 취임 후 이 대표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발언을 생략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페이스북 활동도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멈췄다. 이 대표가 지난 일주일(10~15일) 동안 게시한 페이스북 글은 총 17개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의 토론회, 윤석열 캠프의 '이준석 탄핵' 발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통화 녹취 유출' 등에 직접 대응했다.

당 운영과 경선 관리에 직진 정치로 일관했던 이 대표에게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증언이 큰 타격을 줬다. 17일 대권주자인 원 전 지사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경선 관리에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페이스북은 지금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의 악플로 가득하다"며 "1위 후보와의 갈등을 더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온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준석의 '자중모드'로 시작된 尹-李 냉전…갈등 불씨는 여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 국가 찬스 2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 국가 찬스 2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7. [email protected]


이 대표의 침묵 모드에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은 일단 봉합 수습을 맞았다. 그러나 당 대표가 언제까지 입을 다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원 지사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왜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말과 자신의 행적으로 인해서 나오는 부분들에 대해서 깨끗이 해소시키지 않는지 저는 그것도 의문"이라며 이 대표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칼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시라"고 당부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매우 복잡하게 엉킨 줄을 알렉산드로 대왕이 칼로 잘라 해결했다는 전설에서 나온 표현이다. 원 전 지사의 비유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금 대담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태를 마무리한 뒤, 당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구성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의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대표와 대선 주자 간 대립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선관위의 구성이다.

윤석열·원희룡 캠프에서는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관위원장 자리에 올리겠다는 이 대표에 이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상태다. 경준위에서 토론회를 밀어붙인 서 위원장을 공정한 인사로 볼 수 있냐는 불만이다.

당 내부에서도 서 위원장을 고집해 공연히 갈등을 키울 필요가 있냐는 조언이 나온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처음에 (토론회) 절충안을 김기현 원내대표가 제안했을 때 서 위원장이 받지 않고 토론회를 강행했다. 당연히 윤석열 캠프에서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며 "새로운 분으로 가져가야 된다"고 제안했다.

이제 이 대표의 선택이 남았다. 서 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앉히며 '마이웨이'를 하느냐, 아니면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제3의 인물을 영입하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번에는 이 대표가 물러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의 '탄핵'을 거론하는 글도 많다"며 "이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으면 수세에 몰린 걸 어떻게 해결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 위원장을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무적으로 판단했을 때 (서 위원장을) 그대로 갈 것"이라며 "만약 이 대표가 서 위원장을 교체하는 순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게 되는 거다. 이대로 윤 전 총장에 힘을 빼앗기면 이 대표로서는 더 큰 위험이 온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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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8/18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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