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남북갈등 키우던 중국, 뒤늦게 "같은 민족" 뒷북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놓고 날을 세우며 남북 간 갈등을 유발하던 중국이 돌연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고 나섰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한중수교 29주년 기념 양국 전문가 포럼 축사에서 "남북관계는 개선해야 한다"며 "서로 같은 민족인데 좋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또 "최근 한반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어 매우 기쁘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이 이날 오전 담화를 통해 "안보위기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주겠다"고 협박한 뒤에 나왔다.

김영철 부장의 담화로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 주재 외교관이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발언을 한 셈이다.

싱 대사가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부분도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중국은 최근까지 한미훈련에 관한 북한 입장을 두둔하며 한국을 몰아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현 정세 하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건설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의 대화 복원을 희망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사실상 한국에 훈련 취소를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이 나왔다.

게다가 왕 부장의 이 발언은 한미훈련을 취소하라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된 뒤에 나왔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취소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든 것이다.

미국과 충돌 중인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외치면서 계기 때마다 북한 편을 들며 남북관계 악화를 부채질하자 한미 조야에서는 중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1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중국도 미래에 한반도 전쟁에 참전한다면 억지와 격퇴의 잠재적 대상"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군사 동맹이야말로 한국을 군사적으로 침략해 북한 공산 정권 주도로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북한과 중국의 시도를 가로막은 유일하게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1953년 이래 강력한 미-한 동맹이 없었다면 한국인들은 이미 오래전에 중국의 군사 지원을 받는 북한 통치의 폐해에 예속됐을 것"이라며 "허약함을 노출하고 불공평한 화해를 모색하면 중국과 북한만 대담하게 만들어 두 나라는 우리의 강력한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고 한국 홀로 남아 북한이 지배하는 미래에 맞서도록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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