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에비아섬 주황빛 하늘…"지구 종말"
터키는 화재 대부분 진압…남서부 2곳 남아
시베리아 화재 악화…북극까지 연기 퍼져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남유럽과 시베리아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당국은 아테네 북부에서 150㎞가량 떨어진 에비아섬에 화재 진압용 항공기 11대와 소방관 650명 등을 투입해 화마와 싸우고 있다.
일주일째 이어지는 산불로 에비아섬은 물론 본토 인근 하늘까지 연기와 재로 뒤덮였다. 불길로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면서 영화 속 지구 종말 장면을 방불케 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민과 관광객 2000여명이 바다로 피난했으며, 가옥과 사무실 수백 채가 붕괴됐다. 에비아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 면적 절반을 넘는 토지가 불에 탔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TV 연설을 통해 "모든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며 "전례 없는 규모의 자연재해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대대적인 섬 재건 노력을 약속했다. 소방 당국이 충분한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는 "고통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사과했다.
다만 화재가 섬 남북 양단에서 발생한 탓에 헬기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잃었는지 외에도, 이 전대미문 자연재해에서 뭘 구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테네 인근에선 자원봉사 소방관 1명이 산불 진압 중 사망했으며, 4명은 부상을 입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2명은 중태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스 검찰총장은 화재 원인이 범죄와 연관 있는지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리스 당국은 현지 노력만으론 불길을 막기 어렵다며 유럽연합(EU) 등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유럽과 중동 등 20여개 국에선 항공기, 헬기, 소방차, 소방대원 등을 파견해 화재 진압을 지원하고 있다.
터키도 화재 진압용 항공기를 2대 지원하기로 했다. 터키에선 최근 13일 동안 대형 산불과 사투를 벌여 왔으며, 대부분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베키르 파크데미를리 터키 농업산림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53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270개 중 268개는 통제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남서부 무을라와 아이든주 두 곳에선 산불이 잡히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터키 전역에서 화재로 발생한 사망자는 최소 8명으로 집계된다.
러시아도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고 있다. 시베리아 지역에선 150년 만의 고온과 가뭄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남한 면적 3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가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북동부 사하(야쿠티아) 공화국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3000㎞ 떨어진 북극에 도달한 모습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 모디스(MODIS)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극에 산불 연기가 도달한 건 역사상 처음으로, 모디스는 연기가 동서 3200㎞, 남북 4000㎞ 규모로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위성 관측 서비스에 따르면 시베리아 지역 산불로 이산화탄소 505메가톤이 배출되는 등 대기 오염 피해도 막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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