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물 윤석열·최재형 등장…안철수 입지 더 좁아져
안철수가 '중도' 아이콘?…중도, 32% 민주·28% 국힘 지지
독자출마, 발전된 명분 필요…김기현 "사람 작아보여"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위상이 위태롭다.
제20대 총선(2016)에서 '녹색 열풍'을 일으킨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명실상부한 '제3지대' '중도' 정당이었다. "1번과 2번을 일하게 하려면 3번을 찍어달라"던 그의 메시지는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를 해결할 신선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의 신당은 2018년 갈라지며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변모했다. 제21대 총선(2020)에서 세를 결집해 다시 창당한 국민의당은 이미 힘을 잃은 채였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6일 '제3지대'의 태동 조건으로 첫째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요구, 둘째 출중한 인물을 꼽았다.
이미 이번 선거판에는 이같은 조건을 충족한 '윤석열' '최재형'이라는 새 인물이 등장했다. 한 때 대한민국의 대안이었던 안철수의 자리는, 이제 너무 좁아졌다.
'인물·정책·바람' 놓친 안철수…국민의힘과 통합서 '주도권' 잃었다
흔히 여의도 정치의 3요소를 '인물' '정책' '바람'으로 꼽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만든 건 '안철수+바람'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2017년 대선까지 미치지 못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시 국민의당 대선 백서(제19대 대선평가보고서)에 "안철수의 '새 정치'가 뭘 지향하는지 불명확했다"고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자신의 방향을 보여줄 정책 역시 없었다는 뜻이다.
안 대표가 정치 3요소를 모두 놓치자 그의 정치 조직도 와해됐다. 국민의당은 올해 6월 중순에서야 지역위원장 29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총선 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위원장이 없던, 즉 관리되지 않는 지역이 이렇게나 많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조직과 세력이 없는 정당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자신을 대변할 힘이 없는 정당을 유권자는 지지하지 않는다. 국민의힘과의 통합에서도 주도권을 놓친 이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강압적인 발언에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우리가 당세로 봐서 돈과 조직이 없지 무슨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며 "국민의힘이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닌가(8월3일, CBS 라디오)"라고 불만을 표했다.
애석하지만 정치를 하는 데 중요한 것은 가오가 아니라 조직이다. 이 대표가 합당 협상 과정에서 흔들림없이 '기고만장'할 수 있는 동력은 잘 관리된 국민의힘이라는 조직이다.
보수, 진보 아닌 '중도'는 내 편이라는 착각…제3지대는 없다
안 대표는 여전히 자신을 진보와 보수의 대안인 '중도' '실용주의' 주자로 인식한다.
그는 지난달 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자신이야말로 야권의 지평을 넓힐 '중도'라는 의미다.
안 대표의 이같은 논리는 국민의힘과 협상에서도 무기로 사용된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중도 외연 확장에 대한 부분을 국민의당이, 지난 4·7 재보궐 선거처럼 다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8월2일. YTN 라디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중도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도 유권자는 국민의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가'를 물은 결과 자신이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단 4%만이 국민의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중도층이 원하는 대안세력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중도층의 32%는 더불어민주당을, 28%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자신이 무당층이라는 중도층은 26%를 차지했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층의 60%가 양당을 지지하는 국면이다. 국민의힘의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현 상태를 겪어서 그런지 몰라도 역사적으로 이렇게 중도층이 존재하지 않는 선거는 거의 처음"이라고 해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제3지대가 태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당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도층마저도 양당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는 현상황에서 '제3지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안철수의 독자출마?…김기현 "사람이 작아보여"
국민의힘과 합당 협상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국민의당은 최근 '안철수 독자 대선 출마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많은 분이 다 (안 대표가) 대선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8월3일, CBS 라디오)"한다며 그의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은희 원내대표도 "안 대표가 대권 후보로 출마해 그런(야권 외연 확장의)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8월3일, MBC 라디오)"며 출마의 명분을 구축했다.
합당 논의를 중단한 안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서는 보다 발전된 명분과 논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이 대표와의 감정싸움을 이유로 협상을 재개하지 않는 데 대해 "사소한 개인적 감정을 가지고 얘기한다고 하니 사람이 작아보이지 않습니까(8월6일, CBS 라디오)?"라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독자출마한 후 11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안에 대해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라고 하는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당 지지율 5%가 결국 0%가 될 수 있다며 "큰 흐름을 봐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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