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개발 움직임 박차…머크·시오노기 등
백신 물량 부족에 접근성 높인 먹는약 관심
집에서 복용 방식…경증·무증상 치료 보완제
정부, 2차 추경 예산 확보…적시에 공급 추진
효과 입증 못해 "아직은 백신이 우선" 의견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4차 대유행이 확산하며 코로나19 치료제의 필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경구용(먹는)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증·무증상 환자 치료에 보완제로 쓰일 수 있어 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될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31일 국내외 제약업계 동향을 살피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Merck)는 현재 바이오벤처와 함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제품은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번 5일간 복용하면 된다.
몰루피라비르는 오는 9~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 정부는 이미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을 들여 몰루피라비르 170만개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환자 1인당 약 700달러(80만원)의 가격이다.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 역시 이번 달부터 코로나19 알약 치료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는 하루 1정을 복용하면 된다.
화이자 역시 지난 3월 경구용 치료제 임상에 돌입했으며, 연내 출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달 유영제약과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위수탁 제조 및 제조를 위한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과 부광약품도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사전 예방을 위한 백신과 달리 사후를 타깃으로 한다. 이 때문에 올들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한풀 꺾인 상태였다.
그러나 전염력이 강한 델타형 변이의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백신 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경구용 치료제의 역할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도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무엇보다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서다.
기존 코로나19 치료제로는 현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램데시비르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치료제지만 정맥 주사제로 병원에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구용 치료제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신속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독감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와 같이 하루 1~2회를 복용하는 방식이다.
경구용 치료제가 실제 시판되면 의료체계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특성상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가 많은데, 최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면서 병상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 대해선 자가 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이 경우 경구용 치료제가 보완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경구용 치료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국내에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질병청이 확보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는 경구용 치료제 확보 등에 쓰일 예산 471억원도 편성된 상태다.
질병청 관계자는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적기에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제약사와 협의해 계약이 이뤄지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효과를 입증할만한 사례가 없는 만큼 여전히 백신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증화와 사망을 막는 데 여전히 백신의 효과가 매우 뛰어난 상황"이라며 "경구용 치료제 개발이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효과가 증명된 것이 없는 만큼 백신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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