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낮은 인지도, 지지율 상승에 발목 잡아
정치권에선 '제2의 김황식' 염려도 계속
親尹 정진석 시위 찾아 "文도 책임 있다"
尹에 만남 제안하며 "당원 안심시켜 드리자"
'선당후사' 면모 선보이며 '인지도' 상승 꾀해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치인'이 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야권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여 빠른 시일 안에 지지율 10%를 달성하겠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오전 최 전 원장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 격려했다.
전날(28)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공개 회동을 제안하며 당내 계파 갈등을 해결하자고 말했다. 먼저 국민의힘에 입당한 '선배'로서 선당후사의 메시지까지 보낸 셈이다.
崔 발목 잡는 '낮은 인지도'…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대권 주자인 최 전 원장의 가장 큰 약점은 인지도다. 정치 참여 선언 자체가 상당히 늦었고, 이후 조직력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책 역시 아직 기대하긴 이른 시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의 인지도가 입당 후 오르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윤 전 총장은 물론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보다도 낮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6~27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58명을 대상으로 '7월4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5.5%를 차지하며 전주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마의 구간'이라 불리던 5%대에 진입하긴 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이 '제2의 김황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법대·판사 등 엘리트코스를 밟던 김황식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다.
이후 그는 국무총리에 임명,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정계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정몽준 후보에 밀려 50%포인트 차이로 패배하며 짧은 정치생활을 마무리했다.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게 원인이 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지도는 정치인의 기본"이라며 "인지도란 '이 사람을 아느냐'인데 (유권자들이)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지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 전 원장은)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하고, 자기 정책이라든지 이슈에 대한 스탠스(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에도 더 많이 노출돼야 한다"며 "지금 그런 게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지도=대중 이목…최재형 '문재인·윤석열' 공세, 효과 있을까
이를 의식한 듯 최 전 원장의 최근 전략은 '국민 관심 끌기'에 집중됐다.
그는 이날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정진석 의원의 청와대 앞 1인 시위 현장을 찾았다. 최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당이 힘을 합쳐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여론조작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분명한 입장 표명과 유감 표명, 나아가 사과를 안 하신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수가 없다. '나(문 대통령)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부분을 분명히 해주시면 좋겠다는 게 당의 입장이자 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위 중인 정 의원은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親尹)' 의원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는 연판장에 의원들 40명의 서명을 받은 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진실 규명 촉구 1인 시위를 제안, 이날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특검 연장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정에 최 전 원장이 나타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윤 전 총장을 향해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친윤 등 계파정치 부활이 우려된다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당원과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자"고 말했다. 이는 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당원을 위한 행보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깔린 듯하다.
윤 전 총장 측은 묵묵부답이다. 덕분에 최 전 원장은 당의 갈등을 염려하는 입당 '선배' 자리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또 야권 라이벌 구도를 '최재형 vs 윤석열'로 구축하는 것도 부차적 효과로 받아들여진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최 전 원장의 공격적인 제안이 달가울 리 없다. 정치권에서는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10%를 넘길 경우 윤 전 총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준한 교수는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이) 회동을 안 할 것"이라며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최 전 원장의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여주게 된다. 그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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