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확대되는 '여가부 폐지' 논란….거리로 나선 여성단체들

기사등록 2021/07/09 22:32:00

폐지 측 '여가부 없애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

반대 측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 주관 부처'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에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0.07.1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에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0.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야권이 꺼내든 여성가족부 폐지론의 전선이 시민사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첫째, 여성 관련 업무는 정부의 모든 부처와 연관돼 있으므로 따로 여성가족부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재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등 각 부처들이 양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도록 종합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성폭력 피해자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사건을 근거로 들며 "피해여성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2차 가해를 일삼던 여가부다.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싶어도 여가부는 그럴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셋째,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여가부가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두 야권주자 모두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를 여가부 폐지의 대안으로 내걸었다.

[서울=뉴시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들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여세연 홈페이지)
[서울=뉴시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들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여세연 홈페이지)
이에 여성단체들은 9일 거리로 나와 여가부 폐지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세연)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문을 발표했다. 여성단체가 주장하는 여가부 폐지 반대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여가부는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주관하는 부처로 존재 이유가 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대법원의 2020 범죄분석에 따르면 대한민국 강력범죄 중 강도, 살인, 방화의 범죄 발생률은 지난 10년 동안 줄었지만 성범죄만 증가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성평등 교육이 절실한 이때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재난 시기에 컨트롤 타워 자체를 없애자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면 권한을 강화해야지, 폐지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해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라면 부동산 과열을 막지 못하는 국토교통부도 해체해야 하고, 후진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줄이지 못하는 고용노동부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여가부가 야권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거쳐 확대된 부처란 점이다. 신 대표는 "여가부는 이미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로는 성차별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예산도 인력도 적었기에 여성가족부가 신설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가 만든 대통령 소속 여성특별위원회가 2001년 정부 부처로 격상되면서 여성부로 신설됐다. 이후 2005년 여성가족부로 확대·개편돼 현재에 이르렀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등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등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7. [email protected]
여성단체들은 "정치인들이 표몰이를 하는데에 여성이, 여성혐오가 또다시 이용되고 있다"며 "단지 주목을 받기 위한 자극적 수단으로 여가부 폐지를 말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여가부도 부처가 사라지면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폐지론을 정면 반박했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저희는 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와 같이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소들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 분들을 위한 법률 지원과 상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이런 분(피해자)들이 여가부가 없다면 어디에서 이런 도움을 받으실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한 여가부의 권한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오는 13일부터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여가부 장관에게 지체없이 통보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하도록 의무화된다. 장관은 중대 사건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시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시정조치를 강제할 수 없는 데다, 행정부처의 일원으로서 권력자의 성범죄를 얼마나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은 남아 있다. 내년 대선까지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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