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빚투 역대 최고인데 금리인상 가능성
청년층 대출 비중 증가…주린이 수익률↓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작년에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꿨죠. 그래서 그 돈으로 더 주식 투자에 올인했던 것 같아요. 주식은 난생 처음이라 남들 다 버는 장이었다고 하는데 그리 많이 벌진 못했습니다."(32세 직장인 A씨)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 A씨처럼 주식에 '빚투(빚내서 투자)'한 2030세대가 급증했다. 부동산 대출규제와 집값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청년들이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빚투한 청년들은 괜찮을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공여 잔고는 23조733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또 돌파했다. 지난 2016년 동월 말 6조원 대 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5년 만에 4배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식 빚투 비중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만큼 증권 시장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3300선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으며 올 하반기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빚투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코스피의 경우 시가총액 규모를 놓고 봤을 때 코스닥은 몰라도 아직까지는 크게 무리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되면서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수출 개선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코스피는 자동차와 2차 전지 등을 중심으로 최고 3600선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청년층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대출비중이 높은 데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유난히 주식에 편중됐다는 점, 초보 투자자가 많아 투자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 등에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칫 주식시장에 충격이 가해진다면 다른 연령층보다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방안'에 따르면 가계대출 규모에서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 42.4%에서 55.3%로 늘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주식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작년 하반기 이전까지는 주담대(주택담보대출)가 이를 주도했지만 그 이후로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세했다. 부동산 매입이 증가하다가 이후로는 카드론 등 신용대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위험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이미 주택 등 부동산이나 원자재 등 다른 실물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식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서 투자하는 40~50대와 달리 젊은 층은 부동산을 포기하고 '올인'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금리 인상이 시장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게 연착륙할 것을 시사했지만,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며 "만약 개인투자자들에게 타격이 발생한다면 자산의 일부만 주식에 투자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주식에 올인한 청년들에게 돌아갈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리며 주식시장이 호황세를 누렸다고 하지만 주린이(주식 어린이)들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린이가 많았던 청년들은 빚투 비중은 높지만 기대만큼 수익은 거두지 못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3~10월 증권사 4곳에서 투자한 개인투자자 20만 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신참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5.9%로 고참 개인투자자(18.8%)의 절반도 안 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30대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출할 때 취약 청년층과 투기적 수요층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선임 연구위원은 "취약 청년층에는 채무조정과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조치를 하고 투기적 수요층에는 금융교육 강화와 투기수요 차단대책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용도 외 목적으로 대출하지 않는 방안은 없는지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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