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반건축물·석면·지장물 등 모든 철거 공정 뒷거래 조사
'불법 하청' 백솔, 철거 도맡아…이면 계약·지시 체계 등 살펴봐
'업체 선정 개입' 조합측 공사 단가 부풀리기·청탁 의혹도 조사
경찰은 해당 구역 내 일반건축물·석면·지장물 등 해체 공정 전반에 하청·재하청이 만연한 정황을 확인, 공사비 삭감·공법 지시 체계 혼선 등이 있었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 4구역 내 기존 건축물 등 해체 공정에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삭감, 허가 받은 계획서 상 작업 절차를 무시한 부실 철거가 강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학동 4구역 내 철거 용역 공식 계약 규모는 ▲일반건축물 52억여 원 ▲지정건축물(석면) 22억여 원 ▲지장물 25억여 원 등이다.
일반건축물 철거의 경우, 조합으로부터 재개발 사업을 따낸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소재 철거 업체 한솔기업에 합법적으로 하청을 줬다. 계약 규모는 52억 원 상당이었으나, 실제 철거에 나선 불법 하청업체 백솔은 12억여 원 규모로 공사를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솔 대표는 개인사업자였던 굴삭기 기사였으나 지난 2017년께 비계구조물해체공사 면허를 취득, 지난해에서야 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고용 인원이 3명에 불과한 신생업체다.
석면 철거는 조합이 직접 다원이앤씨·지형 등 업체 2곳에 22억 원 규모 해체 용역 계약을 줬으나, 석면 해체 면허가 없는 백솔이 공정을 도맡았다. 다른 업체 면허를 빌린 백솔은 4억 상당의 재하청 용역(1억여원 미지급) 계약을 맺고 석면 해체 공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원이앤씨는 이른바 '철거왕' 이모 회장의 다원그룹 계열사로 전해졌다.
다만 석면 철거 이후 운반 처리 업체가 따로 존재하고, 전용음압장비 설치·보험 계약료 등 구체적 비용 규모가 파악이 안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장물 철거공사는 조합이 다원이앤씨 등 3개 업체에 25억2000만 원 상당 규모의 용역 계약을 맺었으나, 불법 재하청 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철거 공정 전반에 불법 하청·재하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이면 계약, 철거 공법 지시 등 관련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허가 받은 계획서 상 작업 절차를 지키지 않은 철거 공정이 이뤄진 배경에 한솔, 다원이앤씨 또는 원청사 현대산업개발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 살핀다.
또 법인 등기 상 서로 다른 철거업체 2곳(한솔·지형)이 경영진이 겹치는 점 등을 파악, 각 하청사간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볼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밀접한 관계를 맺은 업체들이 철거 용역 계약 입찰 과정에 담합 등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친 정황이 있는지도 살핀다.
앞서 지난 18일 진행된 압수수색에선 다원이앤씨·한솔이 조직적으로 계약 관련 정보로 추정되는 증거물을 인멸·은닉하다, 들통나기도 했다.
경찰은 철거 업체 선정에 있어 조합이 공사단가 부풀리기, 금품 청탁, 리베이트 수수 등에 연루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조합장·조직폭력배 출신 고문 등 4명은 업무상 배임 또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