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붕괴 건물 감리자와 해체계획서 작성자 소환 조사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감리자와 건물 해체(철거) 계획서 작성자를 불러 조사한다.
굴삭기 기사가 '건물 철거 계획서와 감리자를 본 적 없고 시행·시공사가 지시한 대로 작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부실한 관리·감독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건물 철거 감리자 A씨와 건물 해체 계획서 작성자 B씨를 불러 조사한다.
감리자 A씨는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을 사상케 한 혐의를 받는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감리자는 안전 점검표 기록, 건물 해체 과정 촬영을 해야 한다. 또 추락·낙하 위험이 있는 작업과 건설 장비를 활용하는 위험 작업 등에 작업 현장에 수시로 입회해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A씨는 비상주 감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철거 현장에 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감리 책임을 다했는지, 감리 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는지, 핵심 자료를 은폐했는지 등을 두루 조사할 방침이다.
B씨는 한솔기업㈜이 '외주'를 맡긴 서울 모 건축사무소 소속 직원으로 건물 해체계획서를 작성했다.
B씨가 작성한 계획서를 경기도 모 건축사무소 건축사가 검토했다. 이후 광주의 한 건축사무소장이자 감리자인 A씨가 계획서를 최종 확인했다.
A씨는 해체 감리 확인서에 '타당하다고 사료됨'이라고만 적고, 구조 안전성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건물 철거 계획서와 감리자를 본 적 없고 시행·시공사가 지시한 대로 작업했다'는 재하청 신생업체 백솔 대표인 굴삭기사(붕괴 전 작업)의 진술을 토대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날림 공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리 의무 소홀을 규명키로 했다.
해당 구역의 일반건축물 철거 공사는 ▲현대산업개발(시행사) ▲한솔기업(시공사) ▲백솔기업으로 하청·재하청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석면(지정 폐기물) 철거 공사는 다원이앤씨가 수주해 백솔에 재하청을 맡겼고, 백솔은 석면 해체 면허를 타 업체에서 빌려 무자격 철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불법 하청 구조가 업체 간 지분 쪼개기, 이면 계약 등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수사 중이다. 또 다른 업체가 깊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현재 제기된 붕괴 요인은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공법(흙더미 활용 하향식 압쇄 방식) ▲작업 절차를 무시한 철거 방식(후면·저층부터 압쇄) ▲와이어 미설치 등 건물 지탱 부실 ▲과도한 살수 ▲굴착기 무게 ▲흙더미 유실 등이다.
지난 9일 오후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