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52%', 자구안 통과시킨 쌍용차…향후 수순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가 최대 2년간 직원 절반이 무급 휴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확정하면서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8일 쌍용차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7~8일 경영정상화 자구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강도 높은 자구안인 만큼 내부 반발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는 투표 참여조합원(3224명) 52.1%(1681명)의 찬성으로 자구안을 아슬아슬하게 가결시켰다.

쌍용차 자구안은 기술직 50%, 사무직 30% 인원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1년 후 차량 판매 상황을 고려해 1년 더 무급 휴직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외에 ▲현재 시행중인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효율적인 인력 운영 및 생산 대응 ▲무쟁의 확약 ▲유휴자산 추가 매각(4곳)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09년 이른바 '쌍용차사태'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고 고용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사의 고민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조합 내부에서는 자구안에 대한 반발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으로 임금의 50%만 받아온 상황에서 장기간 무급 휴직을 감당하기는 힘들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창원지부와 정비지부를 제외한 평택 소속 조합원들의 경우 반대표가 53.59%로, 찬성을 앞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총고용을 유지하면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구안이 가결될 수 있었다.

노조가 자구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쌍용차 노사는 9일부터 자구안 시행을 위한 세부시행안을 만들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효율적 생산·인력 운영 측면에서 시장 수요에 대응한 전환배치를 시행하고,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인원에 대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음으로써 실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 및 생산성 향상의 효과도 얻겠다는 구상이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장기적 생존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친환경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현재의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사업구조를 글로벌 선진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친환경 차량 위주로 재편해 나가는 등 미래 사업 비전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임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번 자구안 통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금융지원들 받을 수 있는 명분도 확보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월 쌍용차에 대한 조건부 지원을 언급하며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 행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해달라. 단체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려서 계약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자구안 통과에 따라 쌍용차 매각작업에도 동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쌍용차는 자구안 통과에 앞서 7일 법원으로부터 '한영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세종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매각주간사 선정', 'M&A 추진' 등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9일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매각일정 수립 등 본격적 매각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쌍용차는 이달 말 입찰 공고를 내고 매각 주관사를 통해 인수의향을 밝힌 업체들을 추려 실사를 진행한 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M&A 절차를 진행한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상태다. 이 외에 중국과 미국 업체의 공개 입찰 참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쌍용차의 채권자들의 채권신고가 예상보다 많아지며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 제출기한이 이달 10일에서 30일로 연장됐고, 쌍용차 회생계획이 줄줄이 연기된 상황이다.

당초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월 쌍용차 기업 회생절차를 개시하며 정용원 법정관리인에게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7월1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도록 했지만, 이달 30일 조사보고서가 나올 경우 7월1일 회생계획안 제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7월 말 인수의향서 접수, 8월 말 예비심사, 9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10월 가격협상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차례대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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