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의성 "'악역만 하다 오랜만에 응원 받아...통쾌하네요"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은 첫 작품인 것 같아요. 처음 받는 느낌이라 좋았고 재밌었죠."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배우 김의성이 '모범택시'에서는 두 얼굴을 지닌 무지개운수 대표 '장성철'로 새로운 변신을 선보였다.

김의성은 최근 진행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종영 인터뷰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응원을 받고 사랑을 받아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김의성은 "우연히 회사 사람들과 사적 복수 소재를 얘기한 날 이 대본을 받아서 깜짝 놀랐다. 기획이 재밌었고, 바로 결정했다"며 "시청자들의 요구에 잘 응답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답답함과 갈망을 잘 찾아내 대답해줬던 것 같아요. 실제 법이 공평한가의 문제를 차치하고,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현상이 있잖아요. 그런 걸 건드려서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죠. 어떤 때는 위로를, 어떤 때는 자극을 주면서 시청자들 요구에 응답해 좋아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사적 복수라는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조금 위험성이 있는 주제기도 해요. 그런데 대부분 히어로물은 사적 복수를 기본으로 깔고 있죠. 사회 고발의 영역보다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기분을 제공하는 관점으로 받아들였죠.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거지, 대안을 제시하는 건 아니었죠."

김의성은 극 중 가해자의 단죄를 진두지휘하는 무지개운수 대표 '장성철' 역을 맡았다. 장성철은 연쇄살인범에게 부모님을 잃은 후,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을 단죄하게 된다. 이와 함께 대외적으로는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인 파랑새재단을 운영하며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을 돕는다.

그는 "이 인물에 어떻게 접근할지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다"며 "대본을 계속 보면서 키워드를 뽑은 게 이중성, 분열이었다"고 말했다.

"낮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밤에는 흔들림 없이 차갑게 가해자를 벌주죠. 둘 중 뭐가 진짜일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당연히 둘 다였죠.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게 이 인물로 들어가는 문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존하기 힘든 두 가지를 갖고 있는 분열적인 괴리가 이 인물의 특징인 거죠. 그래서 계속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부산행',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에서 강렬한 악역을 선보인 김의성은 그 이미지가 부담되진 않는다고 했다. "배우로서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며 "'장성철' 역할이 그냥 선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인물이다. 선과 악의 양면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뭘 해도 착하게만 보이지는 않는 배우를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었다.

또 선한 역에 대한 욕심은 따로 없다며, 악역이 좀 더 재미있다고 미소 지었다.

"악당들은 욕망이 강하잖아요. 주인공을 막아야 하고 그 동기나 행동이 강하죠. 배우로서 그런 역을 안 할 이유가 없죠. 주인공과 관계성이 많고 극에 영향을 미치니까 좋은 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특별한 역할을 바란다기보다는, 어떤 역할이 주어질까 기대하는 쪽이에요."

'모범택시'는 범죄 가해자를 처단하는 무지개 운수의 팀플레이가 돋보인다. 그는 "사실 전형적인 히어로에 서포트하는 팀원들이 있다. 배트맨 같은 느낌"이라며 "혼자 맞서지 않고 믿고 갈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제훈, 이솜, 표예진, 장혁진, 배유람, 차지연 배우에 대해서도 "자랑할 게 너무 많다"며 칭찬했다.

"이제훈 배우는 한국 드라마, 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배우죠. 가장 감동한 건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이었어요. 초반에 대역 논란이 있을 때도 의연하게 자기가 더 많이 부딪치고 액션을 했죠. 14부 감옥에서의 액션은 정말 훌륭했죠. 저는 꿈도 못 꾸겠구나 생각했어요."

이어 "이솜 배우는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데 흔쾌히 받아들이고 대범하게 잘 해줬다. 표예진 배우는 밀린 공부도 많고 힘든 환경에서 기대보다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다. 장혁진, 배유람 두 배우는 말할 것도 없이 충실히 역할을 해냈다. 차지연 배우는 원래 제가 하던 건데(악역) 무섭더라. 드라마가 처음인데 존재감이 강했다"고 웃었다.

김의성은 1987년 극단 '한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연극 '우먼인블랙'이 그의 마지막 무대였다.

드라마, 영화로 활발히 활동하는 가운데 무대에 다시 설 계획에 대해 "필요와 두려움이 공존한다"며 "결국 일정상 못하게 되는데, 두려움으로 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꼭 공연은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들(권해효, 김선영 등)과 대본 연습은 한다"고 말했다.

함께 무대에 서기로 했던 묵은 약속 하나도 떠올렸다. "남자 다섯 명이 했던 아주 오래전 연극이 있어요. 권해효, 이두일 배우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벌써 세상을 떠났죠. 그 중 박광정 배우도 있어요. 40대 후반~50대 초반 캐릭터였는데, 저희가 20대 후반에 했죠. 역량 부족이라고 느꼈고 언젠가 나이를 먹으면 꼭 하자고 약속했는데, 다섯 명 중 두 명이 없네요."

베테랑 배우인 김의성은 10년의 공백기도 있었다. 당시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재밌게 살아라"라고 유언을 남겼고, 김의성은 그 답을 다시 연기에서 찾았다.

현재 그의 '재밌게 살기'는 100점 중 85점이라고 했다. 그는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요즘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점수를 깎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재미는) 배우로 사는 게 가장 크다. 훌륭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현장에 있는 것도 좋다. 좋은 요소가 많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의 연기 인생에서 반전의 순간으로는 영화 '관상'을 꼽았다. 그는 '관상'에서 '한명회' 역을 맡았고, 그의 얼굴이 나오는 장면은 단 두 신뿐이었다.

"'관상'에서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던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제가 다시 영화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고, 그 순간 많은 사람에게 '나야'라고 얼굴을 알렸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 뒤로 꾸준히 운이 좋았어요. '부산행', '미스터 선샤인', 'W(더블유)'에 이어 이번 '모범택시'까지 좋은 역할을 많이 맡았죠.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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