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소통망 폭로 속 사문화되는 군부대 촬영 금지 규정

기사등록 2021/05/26 13:51:45

육대전 페이스북 계정에 도시락 사진 게재

부사관 찍은 남녀 장교 만남 사진 SNS 유포

[서울=뉴시스]군부대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11사단 예하 부대 장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이날 점심 배식 메뉴가 부실했다며 사진과 함께 글을 게재했다. (사진=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쳐) 2021.05.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군부대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11사단 예하 부대 장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이날 점심 배식 메뉴가 부실했다며 사진과 함께 글을 게재했다. (사진=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쳐) 2021.05.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군부대 내부 모습이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부대 안에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군 당국이 공익제보를 위한 촬영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해당 규정은 점차 사문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일선 장병들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격리 장병들에 대한 부실 도시락 지급 문제를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장병들은 휴대전화로 도시락 내용물을 촬영해 누리소통망에 올렸다. 이후 부실한 음식을 제공한 지휘관을 비롯해 군 당국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전남 상무대 보병학교에서는 휴일에 빈 초소에서 만남을 갖던 남녀 신임 소위의 사진이 누리소통망에 유포됐다. 해당 부대 부사관 등이 사진을 찍고 이를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밀히 따지면 두 사례 모두 규정 위반이다. 국방부 국방보안업무훈령과 '병사 휴대폰 사용 지침'에 따르면 군 장병은 부대 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 녹음도 금지된다.

[서울=뉴시스] (사진/육군훈련소에서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육군훈련소에서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  [email protected]
촬영금지 규정은 보안 유지를 위해 마련됐다. 병사 개인 소유 휴대전화를 영내에 반입할 경우 보안통제체계(보안 애플리케이션)를 깔아야 한다. 이 앱을 설치하면 휴대전화를 활용한 촬영이 차단된다.

장병들은 이미 우회로를 알고 있다. 일부 장병은 휴대전화를 2개 반입한 후 1개에는 보안 앱을 내려받고 나머지 1개에는 깔지 않는다. 앱이 없는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는 보안앱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아이폰을 가진 장병은 카메라 렌즈에 보안 스티커를 붙여야 하지만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

【창원=뉴시스】차용현 기자 = 20일 오전 서아프리카 가나해역에서 우리나라 및 외국선박의 호송작전 등을 무사히 수행하고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으로 귀항하는 청해부대 26진 대원들의 가족들이 입항하는 문무대왕함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2018.09.20. con@newsis.com
【창원=뉴시스】차용현 기자 = 20일 오전 서아프리카 가나해역에서 우리나라 및 외국선박의 호송작전 등을 무사히 수행하고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으로 귀항하는 청해부대 26진 대원들의 가족들이 입항하는 문무대왕함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2018.09.20. [email protected]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대 안 촬영은 일상이 됐다.

지난해 6월 육군특수전사령부는 'SNS 내 군사자료 클리닝(Cleaning) 대회'를 열었다. 그 결과 237건이 삭제됐다.

삭제된 자료 대부분은 자기 과시 또는 외부소통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찍은 훈련 사진과 부대 활동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은 장병들은 '비밀이 아닌 군사자료는 촬영, 저장, 전송 및 SNS 상 게시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연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제 25보병사단 상승대대 대원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을 보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2019.03.13. 20hwan@newsis.com
【연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제 25보병사단 상승대대 대원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을 보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2019.03.13. [email protected]
부대 내 촬영 일상화는 보안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군사통제구역과 특정 지역에서 훈련하는 모습 또는 주요 장비를 촬영해 자랑하듯이 게시함으로써 은연중에 비밀이 누설될 수 있다. 군 관련 앱으로 가장한 스파이 앱이 휴대전화에 실행되면 부대 사진과 영상이 유출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아울러 무절제한 사진 촬영·유포는 군인 사생활 침해는 물론 간부와 병사, 장교와 부사관 간 폭로전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군 당국으로서는 보안과 부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부대 안 사진 촬영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락 폭로 사태 때 국방부는 휴대전화 사용이 장병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국방부는 익명 제보를 권장하기 위해 휴대전화 기반 별도 창구까지 새로 만들 계획이다. 이 같은 휴대전화 사용 권장 분위기 속에 부대 내 사진 촬영 금지 규정까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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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소통망 폭로 속 사문화되는 군부대 촬영 금지 규정

기사등록 2021/05/26 13:51:4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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