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합의
물량 주고받는 백신스와프에는…"확인 어려워"
모더나, 위탁생산에 잠재적 투자…"인력 채용할듯"
복지부-SK바사-노바백스 차세대 백신 개발 협력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은 단순한 양국간 코로나19 백신 물량 공급보다 한국에 백신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미국의 기술과 한국의 제조·생산 능력을 결합해 전 세계적인 백신 수급 문제 해소를 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미국 제약회사인 모더나가 위탁생산은 물론 단순 지사 설립 차원을 넘어 바이오 인력 채용까지 나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론 감염병과 각종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기술과 한국 생산능력 결합…국제 백신 수급 해소할 생산기지 구축"
이번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은 미국 기술과 한국 생산역량의 결합이 골자다.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미 백신 협력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의 선진기술과 한국의 생산역량을 결합한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며 "양국 정부 및 백신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과 우리 정부 간에 투자 및 연구협력 등 공고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백신 확보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인 백신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2차관은 "미국의 첨단기술과 한국의 제조생산을 능력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보건위기에 공동 대응한다는 큰 의미가 있겠다"며 "글로벌 백신 부족 상황의 타개에 한국이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글로벌 백신 허브 국가로 발전하는 데 새로운 계기가 됐다"고 이번 파트너십을 평가했다.
정상회담에서 백신 물량을 주고받는 이른바 '백신 스와프'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회담이 백신 생산과 기술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신 스와프를 검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미 측과도 협력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런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유주헌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 사무국 총괄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논의, 고려 사항이 있었다"라며 "(백신 스와프) 검토 여부라든지 백신접종 증명체계 구축 등은 양국 정상 간에 이뤄진 내용들이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
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오전 10시 미국 워싱턴 DC 소재 윌라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열고 정부와 한·미 양국 기업간 4건의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사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사의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완제 충전하는 방식으로 수억회분 분량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게 된다. 기술 이전 및 시험 생산 등을 거쳐 올해 3분기부터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복지부, 모더나 사는 모더나의 잠재적인 한국 투자 및 생산 관련 논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모더나 사는 한국에 mRNA 백신 생산 시설 투자와 한국의 인력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한국 정부는 모더나 사의 한국내 투자 활동 지원과 비즈니스를 위한 협력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이번 양해각서는 단순히 모더나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수준 이상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문동신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모더나는 한국에서 mRNA 백신 생산시설의 투자와 생산 그리고 시설 투자시 한국의 고급 인력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산업부는 신속한 공장설립을 위해서 적정부지 추천 등 모더나에 투자활동을 지원하고 복지부는 모더나의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협력을 제공함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사를 설립한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제약회사들과 생산 및 연구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도 추진한다.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보건연구원은 모더나 사와 mRNA 백신 관련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RNA 백신은 항원을 유전자 방식으로 체내에 투입해 몸 안에서 항원을 만들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이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와 결핵 등 한국에서 수요가 높고 질병 부담이 높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 mRNA 백신 연구 프로그램 개발, 비임상·임상 연구 수행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복지부-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사는 백신 개발과 생산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항원 단백질만 재조합해 체내에 투여하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합성항원 방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노바백스 사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독감 결합 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다"며 "노바백스 사와 민관 차원의 협력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차세대 백신 개발은 물론,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시설을 이용한 백신의 안정적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백신 파트너십 전날인 21일 오후 3시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하비에르 베세라 미국 보건부 장관과 사전 양자 회담을 가졌다. 한미 양국 보건부 장관은 전세계 코로나19의 조속한 극복을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의 신속한 보급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글로벌 공급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한 실무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 구성 방안도 논의했다.
한미 양국은 국제 보건 위기 상황 예방·탐지·대응 강화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2014년부터 참여한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활동을 강화하기로 하고 한국은 2025년까지 5년간 2억달러(약 2255억원)를 신규 기여키로 했다.
새로운 생물학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보건안보 자금조달 메커니즘' 창설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또 2003년 7월 처음 체결하고 2009년과 2015년 두차례 개정한 한미 양국 보건부간 보건의료협력 양해각서(MOU) 개정 체결도 추진한다. 새 양해각서에는 신종감염병 대비 백신 및 의약품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헬스 산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한-미 양국간 협력 관계가 한층 더 강화됐다"며 "세계적 수준의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과 세계 최고의 백신 개발 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협력한다면 백신의 빠른 생산과 공급을 통한 전세계 코로나19의 신속한 극복은 물론, 대한민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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