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투호·김학범호의 선수차출…합리적 해법을 기대한다

기사등록 2021/05/23 05:00:00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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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둔 벤투호와 2020 도쿄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김학범호가 6월 선수 차출을 두고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과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오는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각각 소집 명단을 발표한다.

벤투호는 6월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에 나설 명단이고, 김학범호는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6월 두 차례 평가전을 대비한 명단이다. 목표는 다르지만, 양 감독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벤투호는 코로나19 여파로 몇 차례 미뤄진 끝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2차 예선을 통과해야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는 최종 관문인 3차 예선에 오를 수 있다.

같은 조 북한의 불참이 확정된 가운데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승점 9)에 이어 조 2위(승점 8)다. 안방에서 홈 이점을 살려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을 모두 이겨야 선두 탈환이 가능하다.

월드컵 2차 예선에선 각 조 1위 8개 팀과 각 조 2위 팀 가운데 상위 4개 팀까지 최종예선에 오를 수 있다.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으려면 무조건 조 1위에 올라야 한다.

김학범호도 도쿄올림픽 성패를 좌우할 소집이다. 6월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 본선에 나설 최종 18명(와일드카드 3명 포함)의 윤곽이 나온다.

김학범호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이후 완전체 소집을 하지 못했다. 이번 소집은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정예 멤버가 모일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김 감독은 지난달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완전체로 모인 적이 없다. 이번에 평가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올림픽 메달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6월 소집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선수 선발을 두고 벤투 감독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정중히 도움을 구하고 싶다. 월드컵 2차 예선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세계 대회를 앞두고 있다"며 벤투 감독에게 '통 큰 양보'를 부탁했다.

하지만 김학범호의 바람과는 달리 벤투호와의 선수 선발 조율은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양 감독의 견해차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벤투호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확정해야 하는 중요한 길목에서 주요 선수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올림픽 본선이 아닌 데다 결과를 내야 하는 건 김학범호가 아닌 자신들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지난 3월 한일전 0-3 참패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된 선수 선발을 하지 못했던 벤투 감독은 이번 2차 예선에서 제대로 된 대표팀의 모습을 보이길 원한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선수 선발에 있어 폭넓은 권한을 행사하고자 한다.

하지만 김학범호는 A대표팀이 굳이 연령별 대표까지 데려가야 하냐는 불만이 쌓여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소집 때 벤투호에 간 김학범호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벤치만 지켰다.

당시 김 감독은 한일전이란 중요성을 고려해 올림픽팀 주축 자원인 이동준, 이동경(이상 울산),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강인(발렌시아), 조영욱, 윤종규(이상 서울) 등을 흔쾌히 내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김 감독은 A대표팀과 일정이 겹칠 때마다 선수 차출을 양보했다. "이번만큼은 부탁한다"는 김 감독의 호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복수의 축구 관계자들은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2차 예선은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과의 대결이다. 게다가 이번엔 국내에서 모든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 황의조처럼 월드 클라스급 전력이 아니라면 올림픽팀에 양보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한다.

열쇠를 쥔 건 벤투 감독이다. 대표팀 선발은 벤투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올림픽대표팀보다 A대표팀이 우선권을 가진다. 김 감독이 협의에 앞서 벤투 감독에게 양보를 요청한 이유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쉽게 물러설 것 같진 않다. 지난 한일전 소집 때도 소속팀 감독들과 '불통'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벤투 감독은 울산 현대에서 무려 8명을 소집하고도 소속팀 감독인 홍명보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안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중재안을 내놓든, 아니면 양쪽 모두 중요한 소집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수장의 갈등만 커지고, 월드컵과 올림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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