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수천억원대의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당국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이날 상속세 납부 마감일을 앞두고 시중은행에서 수천억원대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대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제1금융권 은행 두 곳에서 각각 2000억원 가량을 대출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가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은 4000억원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해 삼성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2조원가량으로, 삼성 일가는 이를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일단 이날까지 납부해야 할 금액만 2조원가량에 이른다.
이같은 전례 없는 대규모 신용대출 소식에 금융당국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소식이 알려진 시점은 금융위가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고, 신용대출을 사실상 줄이는 내용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한 날이다. 이번 관리방안이 발표된 이후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며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금융위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으면 차주별 DSR이 도입된다. 서울 아파트 중 약 83.5%, 경기도 아파트 중 약 33.4%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또 내년 7월부터는 적용대상을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로 넓힌 후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모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억원 이상 대출자는 전체 차주의 28.8%(약 568만명) 수준이며,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해당한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그동안은 은행별로 DSR 평균치(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 DSR 40%가 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DSR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경우에 따라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DSR 강화로 전 규제지역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실수요자, 저소득층 등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마이너스 통장 등 기존에 대출이 있는 경우에도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컨데 연소득 2000만원에 대출금리 2.5%, 다른 대출이 없는 경우(만기 20년, 원리금 상환기준) DSR 70%가 적용되는 현재는 최대 2억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DSR 40%가 적용되면 1억26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한도가 준다. 30년 만기라면 대출한도는 현재 2억9500만원에서 1억6900만원으로 1억2600만원 가량 줄어든다.
신용대출 한도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그간 10년으로 획일 적용하던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를 10년에서 오는 7월부터 7년으로, 내년 7월부터는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만기가 짧아지면 그만큼 원리금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DSR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는 상황에서, 삼성 일가에 대한 은행들의 대규모 신용대출은 금융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의 여신 협의체는 금액과 차주 신용도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 뒤 대출을 실행하는데, 삼성 일가에 신용대출 승인 결정을 내린 은행은 이 대출에 견질 담보를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견질(見質)담보는 정식담보로 취득할 수 없는 것을 담보로 취득했거나 정규절차를 따르지 않고 취득한 담보물을 말한다. 정식 담보는 아니지만, 보완적 성격으로 담보를 잡아놓은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일 때 개인 고객도 본부 심사를 통해서 대출이 나가게 된다"며 "한도가 열려 있긴 하지만 금액 등을 봤을 때 일반인들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정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삼성 일가의 배당소득이 1조4000억원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2조원 정도의 신용대출이 나가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차주의 소득 기반 하에서 나가는 것이니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은 삼성 일가의 소득 규모를 감안하면 대출 상환 여력이나 승인 절차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일반인은 신용대출 1억원 이상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 일가에 전례없는 규모의 신용대출은 '특혜'라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오는 7월 DSR 강화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선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천억원대의 신용대출이 이뤄지는 것도 금융위엔 '악재'다.
금융위는 "올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선수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그간 새로운 대출규제가 나올 때마다 선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폭증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폭증했던 신용대출은 올 들어 은행들의 '옥죄기'와 주식투자 수요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출규제에 더해 삼성 일가의 거액 신용대출까지 겹치면서 당장 다음달 신용대출 잔액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이날 상속세 납부 마감일을 앞두고 시중은행에서 수천억원대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대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제1금융권 은행 두 곳에서 각각 2000억원 가량을 대출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가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은 4000억원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해 삼성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2조원가량으로, 삼성 일가는 이를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일단 이날까지 납부해야 할 금액만 2조원가량에 이른다.
이같은 전례 없는 대규모 신용대출 소식에 금융당국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소식이 알려진 시점은 금융위가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고, 신용대출을 사실상 줄이는 내용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한 날이다. 이번 관리방안이 발표된 이후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며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금융위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으면 차주별 DSR이 도입된다. 서울 아파트 중 약 83.5%, 경기도 아파트 중 약 33.4%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또 내년 7월부터는 적용대상을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로 넓힌 후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모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억원 이상 대출자는 전체 차주의 28.8%(약 568만명) 수준이며,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해당한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그동안은 은행별로 DSR 평균치(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 DSR 40%가 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DSR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경우에 따라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DSR 강화로 전 규제지역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실수요자, 저소득층 등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마이너스 통장 등 기존에 대출이 있는 경우에도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컨데 연소득 2000만원에 대출금리 2.5%, 다른 대출이 없는 경우(만기 20년, 원리금 상환기준) DSR 70%가 적용되는 현재는 최대 2억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DSR 40%가 적용되면 1억26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한도가 준다. 30년 만기라면 대출한도는 현재 2억9500만원에서 1억6900만원으로 1억2600만원 가량 줄어든다.
신용대출 한도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그간 10년으로 획일 적용하던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를 10년에서 오는 7월부터 7년으로, 내년 7월부터는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만기가 짧아지면 그만큼 원리금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DSR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는 상황에서, 삼성 일가에 대한 은행들의 대규모 신용대출은 금융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의 여신 협의체는 금액과 차주 신용도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 뒤 대출을 실행하는데, 삼성 일가에 신용대출 승인 결정을 내린 은행은 이 대출에 견질 담보를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견질(見質)담보는 정식담보로 취득할 수 없는 것을 담보로 취득했거나 정규절차를 따르지 않고 취득한 담보물을 말한다. 정식 담보는 아니지만, 보완적 성격으로 담보를 잡아놓은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일 때 개인 고객도 본부 심사를 통해서 대출이 나가게 된다"며 "한도가 열려 있긴 하지만 금액 등을 봤을 때 일반인들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정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삼성 일가의 배당소득이 1조4000억원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2조원 정도의 신용대출이 나가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차주의 소득 기반 하에서 나가는 것이니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은 삼성 일가의 소득 규모를 감안하면 대출 상환 여력이나 승인 절차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일반인은 신용대출 1억원 이상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 일가에 전례없는 규모의 신용대출은 '특혜'라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오는 7월 DSR 강화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선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천억원대의 신용대출이 이뤄지는 것도 금융위엔 '악재'다.
금융위는 "올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선수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그간 새로운 대출규제가 나올 때마다 선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폭증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폭증했던 신용대출은 올 들어 은행들의 '옥죄기'와 주식투자 수요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출규제에 더해 삼성 일가의 거액 신용대출까지 겹치면서 당장 다음달 신용대출 잔액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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