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구용역, 내년부터 시범사업 추진
상병수당 적용 대상, 재원 마련 등 과제
[서울=뉴시스] 임재희 구무서 김남희 기자 = 근로자가 질병 또는 부상을 당했을 경우 소득 일정 부분을 보장해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 논의가 본격적인 첫 발을 뗐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부상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34개국이 모두 도입한 제도이며 미국도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했다. 국제사회보장기구(ISSA) 182개 회원국 가운데는 163개국이 도입했으며 미도입 국가로는 한국과 미국 외에 마셜제도, 팔라우, 가나, 세네갈, 모리타니 등이 있다.
상병수당은 ▲재원·운영방식 ▲적용 대상 ▲보장 범위 ▲보장 수준 등에서 도입한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OECD 34개국 중 덴마크·뉴질랜드·아이슬란드(전체)·호주(저소득층) 등 4개국은 조세로 상병수당을 운영하는데 이들은 의료보장제도 또한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28개국은 사회보험 형태(일부 정부 재정지원금 존재)이며 스위스와 이스라엘은 고용주가 부담한다.
적용 대상은 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작하고 자영업자 등 비임금 노동자로 점차 확대하는 경향이다. 임금 노동자의 경우 유급병가를 먼저 사용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상병수당으로 소득을 보전하고 비임금 노동자는 전체 기간을 상병수당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우리나라가 상병수당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한국도 1977년 의료보험법 시행령에 처음 규정되고 1999년 건강보험법을 제정하면서 제50조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부가급여로 명시해 법적 근거는 갖추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간 우리나라는 건강 보장 정책을 소득 보장보단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라며 상병수당 도입이 지지부진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아프면 쉬기' 등의 방역 수칙 중요성이 커지면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에서 사회안전망 과제 중 하나로 상병수당 도입이 제시됐다.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협약도 같은 달 체결됐다.
자문위원회는 한국형 상병수당의 기본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된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관계 부처, 의료·고용·복지 등 각계 전문가, 경영계·노동계·환자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한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1차 회의에서는 ▲자문위원회 운영 방향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 논의를 위한 상병수당 제도의 이해 ▲상병수당 제도 설계 및 시범사업 운영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계획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정부는 이날 논의를 시작으로 올해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상병수당 시범사업 적용 직종이나 지역 등은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정부는 임금 근로자와 비임금 근로자를 포함해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본격 제도 도입의 경우 일정은 미지수다. 장기요양보험 도입의 경우 시범사업 3년을 거친 뒤 본 제도로 도입된 바 있다.
정부는 상병수당 도입과 함께 유급병가 제도화에 대해서도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 유형이나 범위는 제한하지 않고 별도 의료 인증 절차를 통해 '근로 무능 기간'을 산정하되, 무분별한 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상병 발생 이후 급여 수급권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일정 기간 대기 기간을 둔다.
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험료 납부 실적과 노동자 유형 등에 따라 최대 보장 기간에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급여는 최소 수준만 지급하는 '정액형'과 소득대체율 등에 따라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정률형'이 있다. 사회보험으로 운영하는 경우 보험료는 건강보험처럼 소득에 비례해 부과된다.
OECD 국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07~1.1% 규모로 상병수당을 지출하고 있다. 2019년 건강보험공단연구원 추계 결과 최소 8055억원에서 최대 1조7718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상병수당은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근로자가 건강하게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제도"라며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상병수당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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