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발끈한 의료계…집단행동 나서나

기사등록 2021/04/06 16:48:28

최종수정 2021/04/06 17:48:16

정부,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원급으로 확대…8월 공개

지역의사회 반발 "의료기관 특성 무시…서비스 질 하락"

진료내역 공개엔 더 큰 거부감…개인정보 보호 문제 지적

의협 "급여는 원가 못 미치는데 비급여 통제…수용 못해"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정부가 병원들의 비급여 진료비용과 내역을 공개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사 면허 취소 요건을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 조치까지 시행되면 의료계가 다시 한번 집단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일부개정을 시행했다.

지금까지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무가 있었지만 개정안에 따라 의원급으로 확대된다. 또 비급여 진료비용 등 현황조사·분석 공개항목은 현행 564항목에서 616항목으로 확대된다. 올해 공개 시점은 8월18일로 결정됐다.

비급여 진료비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진료 비용을 말한다.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이나 임플란트 치료, 도수치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급여 항목은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있다.

정부는 비급여 진료 비용이 최근 연평균 증가율 7.6%로 빠르게 늘고 있어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갖고 있다. 또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강화하고 비급여 진료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의료인에게 법적 의무를 지나치게 많이 부과하는 것으로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며, 저수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의원급 의료기관에게는 또 다른 큰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다. 나중에는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의료기관마다 의사의 실력, 인력, 설비, 부가서비스 등이 다른데도 이러한 개별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비급여 항목의 가격 비교만을 할 경우 국민들은 값싼 진료비를 찾아 의료기관 쇼핑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의료 영리화를 가속화하고 결국에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해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의사회는 "전남의사회 3200여 회원은 정부가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대한의사협회 및 치과의사협회 등과 연계해 대정부 투쟁 및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비급여 진료비보다 진료내역 공개는 더 거부감이 큰 사안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 의원 등 의료기관의 장에게 비급여 진료비용 뿐만 아니라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29일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이 사안은 대한의사협회 등 공급자 단체와 소비자·환자 단체, 정부 등이 참여하는 '비급여 보고체계 도입을 위한 자문회의'에서 보고 시점과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사적 영역의 가격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형규 의협 보험이사는 "급여가 원가에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전하라고 비급여를 놔둔 측면이 있다. 비급여에 대해 가격을 통제하려면 원가의 70% 미만인 급여 부분을 먼저 보전해 줘야 한다"며 "성형수술 같은 경우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도 있다. 환자들이 밝히길 꺼려하는 부분도 다 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 이사는 "같은 도수치료라도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10분짜리가 있고 30분짜리도 있다. 1시간을 하는 곳도 있다. 항목에는 도수치료 하나로 돼있다. 이렇게 표준화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가격 정보를 내라는 것은 이치에 안맞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이달 24~25일 열리는 대의원회에서 이번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협이 5월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의사 면허 취소 법안'과 '비급여 진료비 공개 확대' 등 의료계의 거부감이 심한 정책들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어 집단행동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협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진료내역 공개는)우리에게는 핵폭탄과 같은 수준이다. 국가가 민간 영역의 가격통제까지 하는 것이 올바르냐는 여론이 매우 큰 상황이다. 집단행동 재개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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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발끈한 의료계…집단행동 나서나

기사등록 2021/04/06 16:48:28 최초수정 2021/04/06 17: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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