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연출·최우정 작곡가 인터뷰
13~25일 LG아트센터서 재연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곡가. 2021.04.06. (사진 = 광주문화재단, 라이브(주),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4/06/NISI20210406_0000721140_web.jpg?rnd=20210406120610)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곡가. 2021.04.06. (사진 = 광주문화재단, 라이브(주),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관객들의 리뷰를 한시간 동안 읽었어요. 뼈가 저린 통렬한 비판이 있었고, 애정 어린 시각도 있었죠. 숲 속에 있어서 그늘을 못 봤는데, 관객들 덕분에 보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초연한 뮤지컬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고선웅 연출의 전매특허인 '애이불비(哀而不悲)', 즉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정서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아픔이 여전한 역사를 다룬 만큼, 다른 시각을 가진 관객들도 당연히 존재했다. 오는 1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재연은 관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했다.
지난 5일 대학로에서 만난 고 연출은 "관객은 늘 옳아요. 섬겨야하고, 그럴 수밖에 없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작품이 개선됐고 스스로 객관화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는 국가 공권력의 계략에 굴복하지 않는 시민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편의대 대원 '박한수'의 고뇌를 그린다. 편의대는 군의 투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왜곡 논리를 생산·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에서 제3자인 박한수는 광주의 참상을 목도하고 통렬하게 반성한다. 고 연출은 "광주는 여전히 살이 타 들어가는 고통 속에 있으니, 제3자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봤어요. 편의대원이 주인공인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초연한 뮤지컬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고선웅 연출의 전매특허인 '애이불비(哀而不悲)', 즉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정서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아픔이 여전한 역사를 다룬 만큼, 다른 시각을 가진 관객들도 당연히 존재했다. 오는 1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재연은 관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했다.
지난 5일 대학로에서 만난 고 연출은 "관객은 늘 옳아요. 섬겨야하고, 그럴 수밖에 없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작품이 개선됐고 스스로 객관화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는 국가 공권력의 계략에 굴복하지 않는 시민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편의대 대원 '박한수'의 고뇌를 그린다. 편의대는 군의 투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왜곡 논리를 생산·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에서 제3자인 박한수는 광주의 참상을 목도하고 통렬하게 반성한다. 고 연출은 "광주는 여전히 살이 타 들어가는 고통 속에 있으니, 제3자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봤어요. 편의대원이 주인공인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최우정 작곡가, 고선웅 연출. 2021.04.06. (사진 = 광주문화재단, 라이브(주),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4/06/NISI20210406_0000721134_web.jpg?rnd=20210406120514)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최우정 작곡가, 고선웅 연출. 2021.04.06. (사진 = 광주문화재단, 라이브(주),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초연 이후 외부자인 박한수가 광주의 아픔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냐는 물음이 나왔다. 그의 내적갈등보다, 시민들의 아픔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극작도 맡은 고 연출은 이번 재연에서 박한수와 광주의 인연을 좀 더 긴밀하게 만들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같은 수작을 선보여온 고 연출만큼 5·18민주화운동 아픔을 다뤄온 연출가는 드물다. 연극 '들소의 달'(2009), 연극 '푸르른 날에'(2011), 이머시브 총체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2020)를 연출했다. '광주'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비슷한 공식으로 동어반복를 하지 않았고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은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달랐다. 고 연출의 말마따나 "광주를 소재로 할 때는 늪에 빠지기" 쉬운데, 비극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지 않았다.
'계속 아파하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의 본질을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5월27일 전남도청이 계엄군에 의해 함락되기까지를 그리는데 그 과정에서 결사 항전한 시민군을 무리지어 '아픔을 타자화'시키지 않는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싸우는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삶에 대한 기운이 묻어 있음을 표출한다.
관객과 배우가 비극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걸 차단하기 위한 연출 의도였다. 그래서 고 연출은 작곡가 최우정의 음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고 연출과 최 작곡가는 지난 2019년 초연한 오페라 '1945'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유기적이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같은 수작을 선보여온 고 연출만큼 5·18민주화운동 아픔을 다뤄온 연출가는 드물다. 연극 '들소의 달'(2009), 연극 '푸르른 날에'(2011), 이머시브 총체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2020)를 연출했다. '광주'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비슷한 공식으로 동어반복를 하지 않았고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은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달랐다. 고 연출의 말마따나 "광주를 소재로 할 때는 늪에 빠지기" 쉬운데, 비극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지 않았다.
'계속 아파하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의 본질을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5월27일 전남도청이 계엄군에 의해 함락되기까지를 그리는데 그 과정에서 결사 항전한 시민군을 무리지어 '아픔을 타자화'시키지 않는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싸우는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삶에 대한 기운이 묻어 있음을 표출한다.
관객과 배우가 비극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걸 차단하기 위한 연출 의도였다. 그래서 고 연출은 작곡가 최우정의 음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고 연출과 최 작곡가는 지난 2019년 초연한 오페라 '1945'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유기적이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2020.10.20. (사진 = 라이브, 마방진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0/20/NISI20201020_0000620330_web.jpg?rnd=20201020111441)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2020.10.20. (사진 = 라이브, 마방진 제공) [email protected]
"최우정 작곡가님의 음악이 제가 공연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과 비슷해요. 슬픈데 슬프지 않고, 기쁜데 기쁘지 않고요. 무엇보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부분이 있어요. 슬픔에 젖으려는 신파를 거부하는 측면이 있죠.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니까요. 동화(同化)와 이화(異化)를 오가서 관객들이 가슴으로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음악극 '적로', 오페라 '1945' 등 장르를 불문하고 호평을 듣는 최 작곡가는 '광주'에서 민주주의 상징곡으로 자리잡은 '님을 위한 행진곡'의 다양한 변주를 비롯 다양한 장르를 사용했다.
특히 초연에선 미국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풍의 불협화음이 곳곳에 배치됐다.
그래서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구간이 드물었다. 감정이 배출되지 않고 계속 쌓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광주'와 잘 맞는다.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아픔을, 감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넌지시 내비치는 듯하다.
최 작곡가는 "불협화음이 많아지면, 그 만큼 해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정치적으로 말하면 진보적이죠. 아직 해결이 안 된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음악극 '적로', 오페라 '1945' 등 장르를 불문하고 호평을 듣는 최 작곡가는 '광주'에서 민주주의 상징곡으로 자리잡은 '님을 위한 행진곡'의 다양한 변주를 비롯 다양한 장르를 사용했다.
특히 초연에선 미국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풍의 불협화음이 곳곳에 배치됐다.
그래서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구간이 드물었다. 감정이 배출되지 않고 계속 쌓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광주'와 잘 맞는다.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아픔을, 감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넌지시 내비치는 듯하다.
최 작곡가는 "불협화음이 많아지면, 그 만큼 해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정치적으로 말하면 진보적이죠. 아직 해결이 안 된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곡가. 2021.04.06. (사진 = 광주문화재단, 라이브(주),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4/06/NISI20210406_0000721141_web.jpg?rnd=20210406120629)
[서울=뉴시스] 뮤지컬 '광주' 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곡가. 2021.04.06. (사진 = 광주문화재단, 라이브(주),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관객 분들과 대중 분들이 공연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야 공연 예술에 더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불협화음에 대한 태도를 이번 재연에서는 자제했다"고 부연했다.
최 작곡가는 한 작품 안에서 다앙한 장르를 활용해왔는데, 이번 '광주'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것들이 충돌할 때 생기는 에너지로 인해 생명력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것인 만큼 초연에서 극의 인상을 자칫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트로트 장르를 이번엔 뺐다.
편의대원 박한수의 캐릭터 설정이 바뀐 만큼, 그의 '아이엠송'(주인공이 '난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 곡), '아이원트송'(주인공이 '난 이것을 원한다'라고 바라는 곡)도 수정됐다.
'광주의 아픔'은 국내외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얀마의 비상사태가 예다. 작년 코로나19 속에서 전쟁을 치르듯이 연습실을 4번이나 옮겨다니며 초연을 완성한 고 연출이 아직까지 객석이 심리적인 벽을 느끼는 '광주' 이야기를 계속 하는 이유다.
"송담 스님이 말씀하셨어요. 포기하지 않으면 깨닫는 것이 있다고요. 이야기 자체가 납득이 되고 보편성을 생각해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풀고자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최 작곡가는 한 작품 안에서 다앙한 장르를 활용해왔는데, 이번 '광주'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것들이 충돌할 때 생기는 에너지로 인해 생명력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것인 만큼 초연에서 극의 인상을 자칫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트로트 장르를 이번엔 뺐다.
편의대원 박한수의 캐릭터 설정이 바뀐 만큼, 그의 '아이엠송'(주인공이 '난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 곡), '아이원트송'(주인공이 '난 이것을 원한다'라고 바라는 곡)도 수정됐다.
'광주의 아픔'은 국내외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얀마의 비상사태가 예다. 작년 코로나19 속에서 전쟁을 치르듯이 연습실을 4번이나 옮겨다니며 초연을 완성한 고 연출이 아직까지 객석이 심리적인 벽을 느끼는 '광주' 이야기를 계속 하는 이유다.
"송담 스님이 말씀하셨어요. 포기하지 않으면 깨닫는 것이 있다고요. 이야기 자체가 납득이 되고 보편성을 생각해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풀고자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