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비장의 무기 '읍소'…'밴드왜건' 탄 吳 끌어내리나

기사등록 2021/04/03 05:00:00

표심 겨냥 심리전…吳 '밴드왜건 효과' vs 朴 '언더독 효과'

박영선의 거친 비방전에도 오세훈은 여론조사 '절대 우위'

민주당, 연일 사과·읍소…지지층에 '도와달라' 메시지 보내

국민의힘, '吳 대세론' 확산시켜 편승효과로 득표율 제고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전 구로역과 응암역에서 각각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전 구로역과 응암역에서 각각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갈수록 양당 지지층 결집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측의 '표심효과'를 노린 고도의 심리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가 박 후보에게 오차 범위 이상의 두 자릿수 격차로 크게 앞선 편이지만, 오 후보는 '밴드왜건(bandwagon effect) 효과', 박 후보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선거운동 막판 득표전략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는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유권자의 표가 쏠리게 되는 현상을, 언더독 효과는 절대 강자에 대한 견제심리가 약자에 대한 연민으로 작용해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가 오 후보의 '밴드왜건'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선 민주당과 박 후보의 전통지지층 이탈 조짐마저 감지된다(각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앞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1.04.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앞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1.04.02. [email protected]
공식 선거운동 전날인 3월24일과 일주일 후인 30~31일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오세훈 후보는 보수(81.1%→82.3%), 중도(64.9%→66.5%), 진보(14.8%→18.3%) 유권자층으로부터 지지율이 모두 오른 반면, 박영선 후보는 전통지지층인 진보 유권자층(75.9%→74.4%)에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에선 보수층이 오 후보를 78.5%, 진보층이 박 후보를 66.1% 지지했고, 현대리서치의 지난달 30~31일 조사에서도 보수 성향 유권자의 86.0%가 오 후보를, 진보 성향 유권자의 65.5%가 박 후보를 각각 지지해 두 후보에게 전통지지층 쏠림은 뚜렷했지만 '결집력'에선 차이가 있었다. 캐스팅보터로 불리는 중도 유권자층에서도 입소스의 지난달 30~31일 조사를 보면 오 후보(55.4%)가 박 후보(29.7%) 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여당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9월 4주차·올해 3월 4주차 정당 선호도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21%→29%)은 8%포인트 상승한 반면, 민주당(37%→32%)은 5%포인트 하락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연설을 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4.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연설을 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4.01. [email protected]
케이스탯리서치의 3월30~31일 조사에선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응답자 중 박 후보 지지는 60.4%에 그쳤고 28.8%는 오 후보를 지지해 민심 이반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의당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27.1%가 오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반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투표한 유권자의 95.7%는 오 후보를 지지해 보수진영 결집은 강한 반면, 진보 진영의 결집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에 비춰볼 때 선거기간 내내 네거티브 캠페인을 통해 민주당의 전통지지층 재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박 후보의 '표심전략'이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비관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불리한 형세를 뒤집기 위해 민주당은 연일 읍소와 사과로 몸을 낮추면서 유권자의 동정표를 유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유권자들에게 '오세훈 대세론'이 확산되길 바라는 눈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5~7% 정도로 우리가 승리할 거라 본다(김종인 비대위원장)", "훨씬 더 큰 차이가 날 것(주호영 원내대표)" 등과 같이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 후보 승리를 장담하는 배경에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표가 쏠리도록 하는 밴드왜건 효과를 겨냥한 측면도 없지 않다. 민주당이 지지층을 겨냥해 판세 역전의 기대감을 심어주는 이면에는 언더독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4월1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판세를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 형국이 되면서 양당은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성명 발표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성명 발표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01. [email protected]
박영선·오세훈 두 후보 모두 여론조사의 수치는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여론조사상의 '숫자'는 민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박 후보에 절대 우위를 보이자 일각에선 단일화 컨벤션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가 중첩돼 득표율 50%선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권심판론은 '반문(반문재인)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나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성난 민심이 여당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연루된 '부동산 사태'를 분기점으로 강하게 분출하고 있어 오 후보가 '밴드왜건'에 올라타기에는 유리한 국면이다. 일례로 한길리서치의 지난달 28~29일 조사에서 60.1% 대 32.5%로 오 후보와 박 후보의 격차가 27.6%포인트에 달하자 "밴드왜건 효과로 양 후보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한길리서치는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밴드왜건 현상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2007년 대선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비교하기도 한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여당 프리미엄을 가진 집권당 후보임에도 지지율이 낮아 선거 내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공세를 가하고도 531만표 차로 '이명박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당시 부동층이 사표를 막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 후보에 투표하면서 표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4.7 재보선 투표참여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4.7 재보선 투표참여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02. [email protected]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을 비롯해 연일 읍소 전략과 네거티브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인 윤건영·정청래 의원이나 이해찬 전 대표가 선거법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당 자체 조사에선 서울시장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고 언급하거나 역전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펴는 것도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오 후보에 쏠린 유권자의 관심을 떨어뜨려 밴드왜건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판세 역전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읍소 전략을 들고나오자 '전략적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민주당의 읍소는 언더독 효과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중도층이나 부동층의 표심을 파고들지 못한 민주당이 선거 막판에 전통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읍소 전략으로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띄운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새누리당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던 중 눈물을 흘리자, 언더독 효과를 겨냥해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읍소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선거전략을 두고 "양면전술 아니냐"고 핀잔을 보냈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선 여권의 지지층 결집 현상이 감지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지난달 26~27일과 30~31일 여론조사에서 보수 유권자들은 오세훈 후보(78.6%→76.9%)에, 진보 유권자들은 박영선 후보(60.6%→70.1%)에 쏠림이 뚜렷했지만, 오 후보가 하락한 반면 박 후보는 큰 상승폭을 보였다. 재·보궐선거 본투표일인 7일까지 남은 선거운동 기간 관건은 몸을 바짝 낮춰 언더독 효과를 겨냥한 박영선 후보가 '밴드왜건'에 올라탄 오세훈 후보를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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