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변에 전 세계 덮친 반도체 대란…"최종 패자는 소비자"

기사등록 2021/04/01 15:44:49

포드·GM·폭스바겐 등 줄줄이 생산 차질

반도체 시설 화재에 혹한 등 악재 겹쳐

정교한 반도체 생산 시설, 완공에 2년

[덴버=AP/뉴시스] 지난해 10월11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포드 대리점 모습. 2021.04.01.
[덴버=AP/뉴시스] 지난해 10월11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포드 대리점 모습. 2021.04.01.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자동차 업계에서 불거졌던 반도체 부족 사태가 TV, 휴대전화, 게임기 등 전방위적으로 옮아붙었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소비자의 가격 부담도 상승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서 시작…수요 예측 엇나가

반도체 문제는 올해 초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 본격화했다.

31일(현지시간) CNBC,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대부분은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에 들어갔다. 이날 포드는 북미 지역 6개 공장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근무조를 줄인다고 밝혔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도요타 자동차, 스텔란티스(FCA-PSA 합병사), 닛산 자동차, 스바루 등도 감축에 돌입했다.

데이터업체 IHS마킷은 반도체 칩 부족이 올해 1분기 세계 경차 생산량을 130만대 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자동차 공장이 운영을 중단하고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온 데 따른 대응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자동차 수요가 회복하면서 반도체 물량이 부족해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 수요가 급증한 컴퓨터 등 소비자 전자기기용 반도체로 생산 라인을 전환해서다.

일본 반도체 대기업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차량용 반도체 공장 화재도 겹쳤다. 3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르네사스의 반도체 출하가 화재 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90~120일 정도 소요된다. 이대로라면 정상화는 여름에나 가능하다.

미국 텍사스주 혹한으로 삼성전자, NXP반도체 공장 등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동차 회사들이 사람들이 여전히 자동차를 원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고 전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공장에는 컴퓨터 칩만 장착하면 최종 완성될 자동차 수백만대가 공장에 서 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반도체 등의 미국 공급망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1.04.01.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반도체 등의 미국 공급망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1.04.01.

코로나 사태서 전자제품 수요 급증…무역전쟁도 악재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에서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여파로 노트북 등 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가디언은 "기술력이 뛰어난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투자, TV와 가정용 컴퓨터의 판매 호황, 새로운 게임기 출시, 5G 휴대전화 등이 모두 수요를 견인했다"고 전했다.

5G폰에는 이전 세대 휴대전화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부터 이어온 중국과의 무역 전쟁도 영향을 끼쳤다. 중국 파운드리인 SMIC는 세계 칩 생산의 10%를 담당하는데,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군과 SMIC 간 연계를 이유로 미국 기업의 SMIC 판매를 제한했다.

심지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에도 칩이 필요해 반도체 수요에 부담을 주고 있다.

2월 소니는 재고 부족 문제로 올해 PS5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Xbox는 적어도 하반기까지 공급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세계 1, 2위 반도체 구매 업체인 애플과 삼성전자도 제품 출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업계와 달리 반도체는 정교한 공정 특성상 갑자기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팹(fab)'으로 일컬어지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 설비는 온도나 정전기까지 고도로 통제하는 시설이다. 팹을 만드는 데는 수조원대 비용이 들고 완공에는 약 2년이 걸린다. 현재 전 세계 팹은 가능한 최대 용량으로 가동되고 있다. 추가 수요를 충족하겠다고 새로운 팹을 짓기 시작해도 가동까지는 몇년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는 최악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선 수익성이 좋은 정보기술(IT)용 반도체에서 자동차용 반도체로 공정을 바꿀 이유가 많지 않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 세계 차 업계는 연간 약 370억달러(약 41조8000억원)어치의 칩을 산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사들이는 규모(580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닐 캠플링 미라바우드 분석가는 "(이런 상황에서) 공급량을 늘릴 경우 누구에게 먼저 가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대가는 소비자가 치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사회에서 칩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칩이 귀해지면 제품 가격은 오른다. 구매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반도체 분석가인 맷 브라이슨은 "이 상황에서 소비자는 명백한 패배자"라고 WP에 말했다.

캠플링도 "자동차도, 스마트폰도 비싸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족 사태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 파운드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반도체 제조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제조 지원을 위해 의회에 370억달러 지원을 요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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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급변에 전 세계 덮친 반도체 대란…"최종 패자는 소비자"

기사등록 2021/04/01 15:44:4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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