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피살' 주인 잃은 택배…"마스크였는데" 긴 탄식

기사등록 2021/03/31 14:00:44

최종수정 2021/03/31 14:02:19

주인 잃은 택배들, 주말 집에 배송돼

택배기사 "소식 들었다…안타까워"

아파트 주민 "여전히 마음 좋지 않아"

피의자 신상공개 청원동의 20만 육박

[서울=뉴시스] 지난 27일 방문한 서울 노원구 일가족 피살 사건의 피해자들 집 앞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2021. 03. 3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7일 방문한 서울 노원구 일가족 피살 사건의 피해자들 집 앞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2021. 03. 3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아,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온종일 비가 오던 지난 27일 오후 1시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 앞. 빗속을 뚫고 물건들을 배송하러 온 택배기사는 한 택배상자를 보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검은색, 흰색 마스크 600개가 고루 들어 있는 택배였다. 받는 이는 택배 배송 나흘 전 세상을 떠난 노원구 세모녀 피살 사건의 피해자 중 1명인 어머니 A씨.

택배기사도 이 가족의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택배기사는 "우연찮게 소식을 들었다. 어제, 오늘 피해자들 앞으로 계속 택배가 배송 왔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서 참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인 잃은 택배가 다시 차량에 올라 현장을 떠난 이후 피해자 집 앞은 사람이 없어 적막감만 흘렀다. 전날 과학수사대 경찰들이 현장을 감식하기 위해 피해자 집을 드나들었지만 이날은 문 앞에 폴리스라인만 홀연히 쳐져 있었다.

이날 만났던 한 아파트 주민은 "오늘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아침 일찍 오셨는데 피해자 집 앞에 놓여 있던 깨진 유리 조각 등을 치워도 되냐고 물으시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자들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같은 층 주민 B씨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여기저기 오가며 피해자들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런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파트 복도에는 CCTV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고 센서도 고장나 불이 켜지질 않는데 피의자가 이런 점을 악용한 건 아닐지 생각이 들며 화까지 나더라"고 덧붙였다.   

1층 주차장에서 우산을 쓴 채 피해자들의 집이 위치한 층을 올려다 보고 있던 주민 이모씨는 "피해자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웃 주민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그저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현장을 찾았던 당일 기억을 떠올리며 "25일 퇴근한 뒤 저녁 늦게 집에 왔는데 아파트 앞에 경찰, 구급차가 많았다"며 "아파트 주변이 워낙 조용해 누가 복도에서 조금만 소리를 내도 주차장까지 소리가 다 들려 무슨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끔찍한 일이 생겼을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관리사무소 직원 C씨는 "피해자들이 무슨 죄냐"며 20대 피의자를 향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C씨는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들어갈 때 관리사무소 직원은 집안까지 입회할 수가 없어서 어깨 너머로 집 안을 들여다 봤는데 다친 피의자가 보이더라, 피해자들은 그렇게 해놓고…" 라며 말끝을 흐렸다.

앞서 지난 25일 오후 9시10분께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는 자해 후 쓰러져있던 20대 D씨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D씨의 수술 경과를 살핀 뒤 피해자들과의 관계, 범행 동기 등 구체적 내용을 수사할 예정이다.

D씨는 앞서 23일 오후 5시35분께 피해자들이 살던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이용해 피해자 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당일 집에 혼자 있던 둘째 딸과 이후 집에 들어온 어머니를 연이어 살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귀가한 첫째 딸 E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D씨는 31일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지금 상황에선 오늘 D씨를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체포)영장 집행 시점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D씨는 수술 전 혐의를 인정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병상에서 회복 중이기 때문에 집행이 되진 않고 있다. 경찰은 D씨의 E씨 스토킹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 일정을 추후 조율할 예정이다.

한편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 공개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동의자 수가 약 19만3000명으로 청와대나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에 육박했다.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세모녀 피살' 주인 잃은 택배…"마스크였는데" 긴 탄식

기사등록 2021/03/31 14:00:44 최초수정 2021/03/31 14:02:19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