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열병식서 승리 과시할 가능성 높아"
"'분노 축적' 시위대, 막을 지도부 존재 안해"
反군부, 연방군 창설 박차…소수민족 반군 근간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얀마 군부가 오는 27일 '국군의 날'을 승리 축하연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反)군부진영은 유혈 진압 우려로 당일 대규모 시위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뚜렷한 쿠데타 이후 축적된 시위대의 군부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군부 진영은 국제사회의 개입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연방군' 창설을 공식화하는 등 저항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6일 미얀마 이라와디와 로이터통신,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국군의 날은 지난 1945년 3월27일 일본 점령군에 맞서 무장 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공휴일이다. 매년 수도 네피도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했다.
지난해 75주년 행사가 코로나19로 연기된 가운데 미얀마 군사정부 최고 통치기관인 국가 행정위원회(SAC)는 올해 기념행사 개최를 시사했다. SAC는 지난 2015년 전국 휴전협정(NCA)에 서명한 10개 소수민족 반군에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케렌민족연합(KNU) 등 일부 반군은 초청을 거부했다.
미얀마 군사 분석가인 킨 마 마 묘는 군부가 이번 열병식을 힘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열병식 등을 거행해 장병들을 독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얀마 정치 분석가인 아웅 투 네인도 "군이 권력을 잡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를 승리를 과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단체 '제너레이션 웨이브' 설립자인 모 뜨웨이는 이 매체에 군부의 유혈 진압 우려로 전국적인 시위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면서도 지도부 부재로 당일 시위가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모 뜨웨이는 "군부는 매우 잔인한 시위 진압 방법을 쓰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총을 쏜다"며 "대중 시위를 요청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누구도 국민이 목숨을 걸고 시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시위하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 전체 시위를 지휘하는 조직이나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 안보 분석가는 VOA에 "국군의 날에 더 광범위한 시위를 보게 될 것이다. 과격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주간 경찰의 만행은 청년 세대를 과격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평화적 시위가 아닌 경찰 초소와 경찰 거주지에 대한 치고 빠지기식 공격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는 26일 기준 군부 진압으로 적어도 32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전날에만 9명이 보안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AAP는 군부가 국군의 날을 앞두고 시위 진압에 주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얀마 현지 매체 미지마는 26일 오전 제2도시 만델라이에서 시위대가 시민불복종운동(CDM) 펼침막을 듣고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반군부 시위대는 지난 24일 군부의 유혈진압에 상점을 철시하고 거리를 비우는 '침묵의 파업'에 벌였다가 하루 만에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반군부 진영은 연방 민주주의를 내세워 소수민족 반군을 회유하는 군부에 맞서기 위한 '연방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외교부 장관 대행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연방정부 산하에 연방군이 창설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온라인 기금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닷컴'에 후원 계좌도 개설했다.
CRPH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연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됐지만 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유사 정부다.
가디언은 지난 20일 군부 진압으로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개입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면서 군부에 대항하기 위한 연방군 창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소수민족 반군들을 반군부 투쟁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가디언은 국경지대 소수민족 무장단체 2곳 이상이 군부를 피해 탈출한 정치인과 운동가, 언론인, 공무원 등에게 은신처와 무기, 군사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1988년 민주화 항쟁이 실패한 이후 소수민족 반군의 지원을 받아 군부를 전복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배신과 질병, 장비 부족에 실패했다고 했다.
미얀마 관영매체는 군부가 지난 21일 양곤 외곽에서 몬주(州)로 이동해 소수민족 반군으로부터 '폭파 훈련'을 받으려던 NLD 소속 인사 등 14명을 체포했다고 25일 보도하기도 했다. 몬주에는 카렌족과 몬족 무장단체가 미얀마 군부와 교전을 벌여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