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아트센터, 5월30일까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시청각은 물론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아나톨'이 '나타샤'와 떠날 준비를 하는 '프레퍼레이션'을 시작으로, 흥분이 고조됐다. 운전수 '발라가'가 자신의 무용담을 소개하는 '발라가'를 거쳐 아나톨이 송별회를 여는 '애브덕션'이 이어지는 내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힙합, EDM, 집시 음악이 시시각각으로 변주됐고, 7개의 원형 무대가 일부 겹치면서 층층을 이루는 무대를 배우들이 신나게 뛰어오르고 뛰어내렸다.
지난 20일 라이선스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배우의 감정과 움직임, 음악상승과 하강 효과를 통해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인 데이브 말로이가 톨스토이의 걸작 소설 '전쟁과 평화' 중 일부 이야기를 기반으로 연출가 레이첼 챠브킨과 손잡고 만든 성스루(sung-throgh) 뮤지컬이다.
사실 '그레이트 코멧'의 내용은 만만치 않다. 원작은 국내 번역서 기준, 4권 분량의 1200쪽짜리 대작이다. 2시간40분 러닝타임엔 절대로 담아낼 수 없는 분량이다. 뮤지컬 관람 전, 인물 관계도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뮤지컬은 2권 5부의 70쪽 분량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1812년 모스크바,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도시가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이 배경이다. 부유한 귀족이지만 권태로 인한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피에르, 순수한 나타샤, 쾌락주의자 아나톨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불안한 시대 배경은 인물들의 혼란스런 마음에 투영된다.
'그레이트 코멧'은 내용을 이해시키지 않고, 감전시킨다. 객석과 관객을 공연의 일부로 만드는 '이머시브 시어터' 작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곡선의 원형 무대로 인해 다양하게 만들어진 동선을 배우들이 질주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오고 인물들의 감정이 전달된다.
붉은 무대와 어울리는 붉은 객석을 갖고 있어 선정한 공연장인 유니버설아트센터는 그 자체로 관객들을 19세기 러시아로 초대한다. 거대한 다섯 개의 샹들리에도 볼거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변수가 됐다. 지난해 9월 개막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6개월 연기된 '그레이트 코멧'은 원래 예정했던 배우의 동선을 모두 살리지 못하게 됐다.
본래 공연장 로비부터 관객들이 직접 관객을 맞이하고 공연 내내 객석 사이를 누벼야 하지만, 안전을 위해 최소화했다. 이로 인해 수십명의 배우들이 객석 통로 등으로 흩어지는 대신, 메인 무대 근처로 모여야 했다. 그럼에도 이를 질서정연하게 정리정돈한 김동연 연출·채현원 안무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
이처럼 '그레이트 코멧'은 공연은 체험임을 상기시킨다. 거리두기와 온라인이 일상화된 코로나 세상에서, 공연을 체험이라고 단정해도 될 지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된다면, 함께 느끼고 것보다 공연을 관람하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물론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극을 지켜보는 뮤지컬 역시 간접 체험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분투하는 배우들의 체험 압력을, 온라인 영상을 통하는 것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아나톨'이 '나타샤'와 떠날 준비를 하는 '프레퍼레이션'을 시작으로, 흥분이 고조됐다. 운전수 '발라가'가 자신의 무용담을 소개하는 '발라가'를 거쳐 아나톨이 송별회를 여는 '애브덕션'이 이어지는 내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힙합, EDM, 집시 음악이 시시각각으로 변주됐고, 7개의 원형 무대가 일부 겹치면서 층층을 이루는 무대를 배우들이 신나게 뛰어오르고 뛰어내렸다.
지난 20일 라이선스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배우의 감정과 움직임, 음악상승과 하강 효과를 통해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인 데이브 말로이가 톨스토이의 걸작 소설 '전쟁과 평화' 중 일부 이야기를 기반으로 연출가 레이첼 챠브킨과 손잡고 만든 성스루(sung-throgh) 뮤지컬이다.
사실 '그레이트 코멧'의 내용은 만만치 않다. 원작은 국내 번역서 기준, 4권 분량의 1200쪽짜리 대작이다. 2시간40분 러닝타임엔 절대로 담아낼 수 없는 분량이다. 뮤지컬 관람 전, 인물 관계도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뮤지컬은 2권 5부의 70쪽 분량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1812년 모스크바,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도시가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이 배경이다. 부유한 귀족이지만 권태로 인한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피에르, 순수한 나타샤, 쾌락주의자 아나톨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불안한 시대 배경은 인물들의 혼란스런 마음에 투영된다.
'그레이트 코멧'은 내용을 이해시키지 않고, 감전시킨다. 객석과 관객을 공연의 일부로 만드는 '이머시브 시어터' 작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곡선의 원형 무대로 인해 다양하게 만들어진 동선을 배우들이 질주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오고 인물들의 감정이 전달된다.
붉은 무대와 어울리는 붉은 객석을 갖고 있어 선정한 공연장인 유니버설아트센터는 그 자체로 관객들을 19세기 러시아로 초대한다. 거대한 다섯 개의 샹들리에도 볼거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변수가 됐다. 지난해 9월 개막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6개월 연기된 '그레이트 코멧'은 원래 예정했던 배우의 동선을 모두 살리지 못하게 됐다.
본래 공연장 로비부터 관객들이 직접 관객을 맞이하고 공연 내내 객석 사이를 누벼야 하지만, 안전을 위해 최소화했다. 이로 인해 수십명의 배우들이 객석 통로 등으로 흩어지는 대신, 메인 무대 근처로 모여야 했다. 그럼에도 이를 질서정연하게 정리정돈한 김동연 연출·채현원 안무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
이처럼 '그레이트 코멧'은 공연은 체험임을 상기시킨다. 거리두기와 온라인이 일상화된 코로나 세상에서, 공연을 체험이라고 단정해도 될 지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된다면, 함께 느끼고 것보다 공연을 관람하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물론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극을 지켜보는 뮤지컬 역시 간접 체험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분투하는 배우들의 체험 압력을, 온라인 영상을 통하는 것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첫날 공연의 피에르는 뮤지컬스타 홍광호가 맡았다. 그는 러닝타임 내내 주로 무대 한 가운데 차려진 공간 안에 김문정 음악감독, 기타 연주자, 더블베이스 연주자와 함께 한다. 흡사 그는 음악을 지휘하는 김 감독과 함께, 서사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지휘자' 같다.
무엇보다 본래도 손꼽히는 가창력은 물론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다. 피에르는 삶을 체념하고 초연한 동시에 나타샤에 대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간직한 인물이다. 아나톨로 인해 상처를 입고 약혼자 안드레이로부터 버림 받은 나타샤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극 중에서) 새 삶을 위해 떠난다.
그 때 그의 머리 위, 즉 천장에 매달린 다섯 개의 원형 장치물에서 조명이 혜성처럼 빙글빙글 돈다. 인생의 회환, 순환이 시각화되고 일상·사랑에 지친 관객을 위로한다. 이 작품의 원제는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위대한 혜성'이다.
배우들이 악기도 직접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인데, 홍광호의 피아노와 아코디언 연주 실력도 일품이다. 소속사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는 "광호 씨가 연습 전부터 악보를 완벽하게 외웠다. 작품을 위해 1년 전부터 악기를 배웠다"고 귀띔했다. 홍광호는 작년 '그레이트 코멧'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을 당시 "단 1회만이라도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대에서 춤은 거의 추지 않고, 노래만 불러온 홍광호의 옆구르기와 덤블링을 볼 수 있는 것도 팬들에게는 큰 재미다. 사실 홍광호는 몸도 잘 쓰는 배우다. 과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총막이던 대전 공연의 커튼콜에서 팬들을 위해 깜짝 덤블링을 선보인 적이 있다.
홍광호는 물론 다른 배우들도 호연하다. 나타샤 역의 이해나는 뮤지컬 출연이 많지 않음에도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인다. 잘생긴 외모의 이충주는 '나쁜 남자' 매력을 발산한다. 돌로코프 역의 최호중, 발라가 역의 김대호 등 조연급 배우들도 탄탄하다. 피에르 역은 케이윌, 나타샤 역은 에이핑크의 정은지, 아나톨 역은 이충주 외에 박강현, 고은성도 맡는다.
다른 뮤지컬 작품에선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움크리고 있다가, 이번엔 마치 배우처럼 공연에 녹아드는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와 연주를 '직관'할 수 있는 것도 '그레이트 코멧'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시대에 검증된 대작 뮤지컬만 계속 오르고 있는데, 공연제작사 쇼노트의 용감한 시도를 갖춘 초연 라이선스 작품이 반갑다. 오는 5월3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본래도 손꼽히는 가창력은 물론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다. 피에르는 삶을 체념하고 초연한 동시에 나타샤에 대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간직한 인물이다. 아나톨로 인해 상처를 입고 약혼자 안드레이로부터 버림 받은 나타샤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극 중에서) 새 삶을 위해 떠난다.
그 때 그의 머리 위, 즉 천장에 매달린 다섯 개의 원형 장치물에서 조명이 혜성처럼 빙글빙글 돈다. 인생의 회환, 순환이 시각화되고 일상·사랑에 지친 관객을 위로한다. 이 작품의 원제는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위대한 혜성'이다.
배우들이 악기도 직접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인데, 홍광호의 피아노와 아코디언 연주 실력도 일품이다. 소속사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는 "광호 씨가 연습 전부터 악보를 완벽하게 외웠다. 작품을 위해 1년 전부터 악기를 배웠다"고 귀띔했다. 홍광호는 작년 '그레이트 코멧'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을 당시 "단 1회만이라도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대에서 춤은 거의 추지 않고, 노래만 불러온 홍광호의 옆구르기와 덤블링을 볼 수 있는 것도 팬들에게는 큰 재미다. 사실 홍광호는 몸도 잘 쓰는 배우다. 과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총막이던 대전 공연의 커튼콜에서 팬들을 위해 깜짝 덤블링을 선보인 적이 있다.
홍광호는 물론 다른 배우들도 호연하다. 나타샤 역의 이해나는 뮤지컬 출연이 많지 않음에도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인다. 잘생긴 외모의 이충주는 '나쁜 남자' 매력을 발산한다. 돌로코프 역의 최호중, 발라가 역의 김대호 등 조연급 배우들도 탄탄하다. 피에르 역은 케이윌, 나타샤 역은 에이핑크의 정은지, 아나톨 역은 이충주 외에 박강현, 고은성도 맡는다.
다른 뮤지컬 작품에선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움크리고 있다가, 이번엔 마치 배우처럼 공연에 녹아드는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와 연주를 '직관'할 수 있는 것도 '그레이트 코멧'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시대에 검증된 대작 뮤지컬만 계속 오르고 있는데, 공연제작사 쇼노트의 용감한 시도를 갖춘 초연 라이선스 작품이 반갑다. 오는 5월3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