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1차 전수조사 발표…"선수들은 차명으로" 벌써 회의론

기사등록 2021/03/10 14:30:27

1차 전수조사 대상은 국토부·LH 직원 1만4348명

지인·친인척 차명거래 많아 한계, 퇴직자도 빠져

여당 의원들도 "본인 명의 투기는 없을 것" 우려

국토부·LH 직원 11명은 조사거부…또 다른 구멍

정부, 강력 대응 외치지만 국민 불신 여전히 커

잇따른 LH 직원 망언…"차명 투기 하며 꿀 빨 것"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 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 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합동조사단이 이번 주 중 내놓을 1차 전수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사는 차명거래를 잡아내지 못하는 기초조사 수준이어서 발표 내용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이 벌써부터 나온다. 일부 직원들은 아예 조사를 거부하는 등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어 구멍 뚫린 조사란 지적도 나온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등 8개 택지에서 국토부와 LH 직원들의 불법적 투기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해 이번 주 중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대상은 국토부 본부 공무원 4509명과 LH 소속 직원 9839명 등 총 1만4348명이다. 조사단은 이들 직원 명단과 해당 지역 토지주 명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투기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한 조사는 2차 전수조사에서 이뤄진다.  

특히 1차 조사에서는 차명거래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 만큼 발표 결과에 대해 회의적 전망이 많다. 소위 '선수'로 불리는 이들이 본명이나 가족 명의가 아닌 지인이나 먼 친척의 이름을 빌려 투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적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도 이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변창흠 장관을 상대로 "선수라는 분들이 실명으로 투기 했겠느냐"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본인 명의(투기)는 없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지인이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땅을 사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하는 합동 조사로는 진상에 접근할 수 없다"며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조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사람을 중심으로 조사를 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향후에는 땅을 중심으로 조사해 자금출처와 자금흐름까지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차명거래도 확인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현재는 사람 중심으로 하지만 차명거래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필지 단위로 땅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합동조사단에) 금융위와 국세청도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차명거래) 의심사례에 대해 추적조사를 하면 다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LH를 퇴직한 사람에 대한 조사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최근 LH 퇴직자가 법인을 세우고, 현직 직원들의 출자를 받아 토지를 매입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뿐 아니라 다른 국토부 산하기관에서도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다 적발된 사례도 드러난 바 있다. 

게다가 전수조사 대상인 국토부와 LH 직원들 중 11명이 개인정보이용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전수조사의 또 다른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계속된 9일 오후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 고양시 공양창릉공공주택지구(고양 창릉지구) 모습. 고양 창릉지구는 지난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H 관련자 투기 의혹이 제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명 시흥지구에 이어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21.03.0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계속된 9일 오후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 고양시 공양창릉공공주택지구(고양 창릉지구) 모습. 고양 창릉지구는 지난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H 관련자 투기 의혹이 제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명 시흥지구에 이어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21.03.09. [email protected]

이미 LH 직원들의 계획적인 투기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번 사태를 '일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고위 공직자들 발언도 논란거리다. 

변 장관은 지난 9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투기 억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는데 일부의 일탈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조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 일탈로 단정 지은 것을 두고 사건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합동조사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논란은 쉽게 사그라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예상보다 투기 연루자가 적을 경우 부실 조사 논란이 불가피하고, 숫자가 많을 경우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1차 전수조사 결과 3기신도시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내역이 있는 직원을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또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11명에 대해서는 부정적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해 수사본부로 이첩 할 계획이다.

2차 전수조사는 국토부와 LH 직원의 배우자·직계존비속, 지자체·지방공사 담당부서 직원 등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또 투기의혹 조사대상 지역도 세종시, 부산시 등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변 장관은 "신도시 뿐 아니라 다른 데까지 확대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 진화를 위해 연일 '일벌백계', '패가망신' 등 수위 높은 단어를 외치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LH 일부 직원은 이를 비웃듯 망언을 쏟아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9일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 지나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며 "니들이 아무리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고 썼다.

LH 직원들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직원은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란 법 있느냐"라며 "내부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를 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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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3/10 14:30:2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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