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아들 기리다 지식인 '물신' 등극한 아버지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홍우기(73)씨는 지난 2015년 7월 아들 故홍윤길씨를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보냈다. 당시 상견례를 1주일 앞두고 있던 윤길씨는 갑자기 집에서 쓰려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출혈로 인한 뇌사상태에 빠졌다.

아버지 우기씨는 윤길씨가 수술도 받지 못하고 며칠째 중환지실에 누워있자 아내와 상의 끝에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윤길씨는 생을 마감하며 장기기증을 통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후 생명나눔 활동에 눈을 뜨게 된 홍씨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장기기증'을 검색해 본 것이 계기가 돼 네이버 '지식인'을 알게됐다.

홍씨는 지식인에 장기기증 관련 질문은 많이 올라오는데 1~2일이 지나야 공식 답변이 완료되는 것을 보고 본인이 직접 공부를 하면서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지식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생명을 잇는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다.

닉네임은 '윤길아빠'로 정하고 프로필에는 "아들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될 것"이라며 "비운의 아빠는 생의 마지막 그 날까지 장기기증의 활성화를 위해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고 썼다.

홍씨는 지난 6년 간 지식인으로 활동하면서 약 3000건의 답변을 달았고, 답변 채택률도 80%를 넘었다. 최근에는 지식인 등급이 '물신'으로 상향되기도 했다.

지식인은 총 19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물신은 8등급으로 내공 17만 이상, 채택답변수 1700개 이상(채택답변률 50%) 등의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

홍씨는 "기증을 한 유가족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댓글이나 욕설을 보면 감정이 격해지기도 한다"면서도 "그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생명나눔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학교나 단체에서 유족으로서 직접 겪었던 생명나눔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한편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최근 홍씨를 '생명나눔 지식메이트'로 위촉했다.

생명나눔 지식메이트는 현재 네이버 지식인에 생명나눔(장기·조직기증, 안구기증, 시신기증)과 관련한 각종 질문이 올라오면 즉시 답변을 달아 빠른 시간 내에 궁금증을 해소하도록 하기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공식 답변가를 말한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홍우기님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의 힘이기도 하다. 특히 직접 생명나눔을 실천한 유가족이기에 더 귀하고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