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요즘 육십이란 나이는 중년도 아닌, 노년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노인의 모습인지 어딜 가든 반겨 하지 않는 눈치라 서운한데, 입장 바꿔보면 자신들보다 더 나이 든 노인들이 달갑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분석 심리 연구가 이나미 박사가 육십이라는 나이를 지나며 보이는 것들, 알게 된 것들, 받아들이게 된 것들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저자는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그 주변을 때로는 깊숙이, 때로는 멀찍이서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마음은 어딘가에 놔두고 나이만 들었다'며 한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며 안도하기도 한다. 244쪽, 쌤앤파커스, 1만4800원.
◇ 일상의 탄생
최근에야 발명된 것으로 여겨지는 전기 자동차는 휘발유 자동차보다 약 60년 먼저 태어났다. 스코틀랜드 오크니섬의 선사 시대 마을 유적지에서 발견된 화장실은 수세식이었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유명한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었다. 너무나 익숙하고 낯익어서 ‘안다’고 여기는 주변의사물과 관습 체계, 전통, 명절과 기념일,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일상이 걸어온 길을 되짚다 보면 뜻밖의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현대인이 쓰고 입고 마시고 즐기고 타고 머물고 기념하는 일상의 동반자들이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는지 그 기원과 발전 과정을 추적한다. 주성원 지음, 348쪽, 행복한작업실, 1만5800원.
◇ 당신들의 신
제10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동원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당신들의 신'은 믿음과 진실, 가짜와 진짜를 분별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당신은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누군가에겐 권력이 곧 신앙이며, 누군가에겐 부가, 누군가에겐 안정된 직업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신이다. 이 작품에서 돈과 권력을 쥔 악당들을 혼내주는 슈퍼맨'을 자처했던 언론인 권선재도 진실을 무기로 삼았다고 믿었으나 실상 그가 휘두른 것은 정치권력과의 결탁으로 얻어낸 위험천만한 칼날이었고, 그가 좇은 것은 정의라는 탈을 쓴 특종이자 대중적 인기였다. 언제나 그렇듯 거짓과 위선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죄를 죄라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사람들, 진짜로 둔갑한 가짜를 밝혀내기 위해 목숨 걸고 행동하는 사람들. 이 소설은 그 사람들의 이야기다. 344쪽, 나무옆의자,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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