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서 얻어터지고 분풀이" vs "그리 말하지 말라"…野-홍남기 충돌(종합)

[서울·세종=뉴시스] 김형섭 박영주 기자 = 국민의힘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 태도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야당 의원 질의에 발끈한 홍 부총리의 답변 태도를 국민의힘 측이 질타하자 홍 부총리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말라"며 맞받았고 이에 국민의힘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발단은 기재부 차관 출신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질의였다. 추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했던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병행 지원 방침에 홍 부총리가 공개 반발했던 것을 겨냥해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맞지 않다고 반대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앞선 질의에서 '전국민에게 드리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는 홍 부총리는 "제 생각을 다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추 의원이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냐"고 하자 홍 부총리는 "그렇게 질문하지 마시라"고 발끈했다.

추 의원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이번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도 앞으로 또 추경을 편성할 것이냐'는 요지로 질문하자 홍 부총리는 "저는 그러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 측 다음 질의자로 나선 김태흠 의원이 홍 부총리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부총리님 답변 태도가 그게 뭐냐. 동료 의원이 다음에 추경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더니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어 "지금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하겠다고 해서 추후 코로나19 피해 규모를 보고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가 추경을 하겠느냐고 묻는데 그렇게 답변을 하느냐"며 "여당에서 여기에 얻어터지고 저기서 터진 것을 분풀이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말라"고 항의했고 김 의원도 "훈계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4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확정을 두고도 양측 간 설전이 오갔다. 김 의원이 "4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최종 결정인가"라고 묻자 홍 부총리는 "정부는 그런 방향으로 결정했고 당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수용이냐, 결정된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홍 부총리는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다. 당에서도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지금 싸우러 왔느냐"고 흥분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에서 피해계층에 대해 두텁게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일요일 비공식 당정회의를 하면서 그런 방향으로 하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씀드렸다"며 "최종적인 것은 국회에 제출할 때 확정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수습에 나섰다.

김 의원은 "여당과 정부가 혼란스럽게 논의가 되고 그랬는데 어제 (선별적) 발표를 하니깐 그 부분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확실한 답변을 듣기 위해 질문했는데 (홍 부총리가) 불만스럽게 답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또 "선별지급과 추후 보편적 지급은 재정 상황, 피해 규모를 보고 할 문제라고 말씀하면서 정부가 (추가 추경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도 따졌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추경을 예고하고 하느냐. 해당 수요가 발생했는데 예산 수요가 없으면 (추경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 저보고 2차 추경, 3차 추경을 물어보면 (답변할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답변을 못 하면) 부총리 그만두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갈 것 같고 세계적 흐름이 어떻게 될지 파악하고 있어야지, 선별적 지원을 하더라도 어디가 대상인지 정리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총리 답변은 나도 할 수 있다. 검토가 안 돼 있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고 검토하고 있다"며 "3월에 추경안을 제출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맞섰다. 이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정확히 말씀드렸다"면서 "정책 내용을 여쭤보시라. 그런 식으로 질문하지 말라. 국민이 다 보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양측 간 충돌에 대해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홍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서 의원은 "오늘의 답변 태도는 정말 실망스럽다. 이 자리에서 사과를 요구한다"며 "국민을 대표해서 질의하는 것이다. 추경을 한 번 더 할 것이냐는 질문이 뭐가 그렇게 비합리적인 질문이라서 '그런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마치 반감을 갖고 얘기하듯이, 마치 짜증나고 귀찮다는 듯이 답변을 하셔야 되겠냐"고 따졌다.

이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추경을 한다고 하지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어떤 생각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추경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이 걱정한다"며 "그런 질문에 대한 그러한 답변 태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사과할 일은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당정협의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는 것이 맞다고 했는데 계속 여쭤봐서 답변을 드린 것"이라며 "의원님께서 짜증을 내면서 (답변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잘못 됐다"고 했다.

서 의원이 "추경을 또 할 것이냐고 질문 한 것에 대해서 그런 질문이라면 답변을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한 데 대해서도 홍 부총리는 "다시 여쭤봐도 저는 똑같은 대답"이라고 맞섰다.

양측 대립이 계속되자 민주당 김수흥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어 "경제 수장으로서 어려운 상황과 여건 속에서 많은 고민과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받아들였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있는 경제 수장이나 공무원들에게 격려를 보내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홍 부총리를 감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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