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요조 "실패하더라도 '근사한 과정' 만드는 것 더 바람직"

기사등록 2021/02/05 12:12:48

최종수정 2021/02/05 14:13:07

산문집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출간

신곡 '모과나무' 발표…28일 소규모 단독 공연도

[서울=뉴시스] 요조. 2021.01.23. (사진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요조. 2021.01.23. (사진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누가 봐도 이뤄지지 않을 거 같은 일이고,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근사한 과정'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 과정을 긍정하면, 삶에서도 저를 더 사랑할 수 있죠."

성공의 행운보다, 실패의 불운을 긍정하는 태도. 최근 산문집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펴낸 뮤지션 겸 작가인 요조(신수진)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최근 홍대 앞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만난 요조는 "아마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후회하는 건, 결과보다 과정일 것"이라면서 "내가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게 되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다고 요조는 생각한다. 다만 결과가 1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다. "과정을 중요시하다가, 가끔 횡재라는 것을 마주하면 더 기쁨이 크지 않겠냐"고 웃었다.

그녀의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만큼 실패를 자기개발로 굳이 치환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경우가 있는지 돌이켜보면 말문이 막힌다.

'저는 채식주의자이고, 고기를 좋아합니다' 꼭지를 보자. '묽은 채식주의자'를 자처하는 요조는 채식 생활의 당위를 점차 확신해 나간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 동물들의 대우, 육식환경에서 비롯되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해 더 자연스레 알게 됐다.

하지만 자신은 '미숙한 인격'을 가진 존재라며, 신념에 몰입돼 스스로의 무결함에 도취되는 것을 경계한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라고 말하는 엄마가, 인스타그램에 삽결살 사진을 올리는 친구가 야속하고 미워질 까봐 고기를 먹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별식 한 주먹을 먹는 고양이가 된 듯한 짜릿한 기분'으로 받아들인다. 

겉보기엔 '채식주의 실패'가 아닌가. 하지만 요조의 느슨한 채식생활 역시 목적이 아닌 그 과정을 중시한다.

[서울=뉴시스] 요조 산문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2021.02.05. (사진 = 마음산책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요조 산문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2021.02.05. (사진 = 마음산책 제공) [email protected]
"진정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 누군가 조롱하거나 비난하더라도 조금도 신경 쓰지 말기를 바란다. 이 일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먹는 끼니라는 것을 통해 조금 더 지구에 이로운 선택을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에게만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주인공은 당신뿐이다."(188쪽)

요조는 환경, 기후, 여성 등 사회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달라진 점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확실한 기준을 갖게 됐다"는 걸 꼽았다.

"'환경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을 하자'고 이야기할 경우, 그런 노력을 해봐도 바뀌는 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죠. 변화는 어려운 거니까, 당연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요. 그러면 변화가 쉽지 않으니 '그만두자'는 선택과 '힘들어도 해보자'는 선택의 갈림길이 생기겠죠. 저는 이제 후자를 선택하려고 해요.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 과정 자체를 존중하는 거죠."

요조가 몇 년전부터 빠져 있는 '달리기' 역시 과정을 중시하는 행위다. "달리기가 제게 준 것이 많아요. 기분을 좋게 해주고 , 몸도 튼튼하게 만들어주고, 불확힐한 영역 속에서 확실한 감각을 안겨주거든요."

달리기를 즐기다 보니 그 과정에서 '노래 선물'도 받았다. 최근 발표한 '모과나무'는 달리기 도중 느낀 걸 멜로디와 가사로 옮긴 그것이다. "대체 어디에서 / 이렇게도 고운 / 모과 향기가 /어디선가 날아오는 /오래전 내가 주문했던 소원 /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나가야지요 / 떠미는 바람의 마음도 나는 듣는 둥 마는 둥"이라고 노래하는 포크 발라드다.

요조는 현재 다양한 형태의 모과나무가 섬 곳곳에 심겨진 제주도에 산다. 사진작가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휴먼앤북스)를 보고 제주 풍경에 빠져든 요조는 2016년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그곳에서 현재 독립 서점 '책방 무사(無事)'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책방을 중심으로, 책이라는 물성을 어디까지 확장해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주와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온라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뉴시스] 요조 단독 공연 '작은 사람 : Weak People' 포스터. 2021.02.05. (사진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요조 단독 공연 '작은 사람 : Weak People' 포스터. 2021.02.05. (사진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email protected]
"책방무사가 온라인에서 얼마큼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할인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편리한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저린 준비를 하면서 우리 책방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조의 이번 책 제목은 시인 박연준의 시 '음악에 부침'에서 따와 지었다. "패배를 사랑하는 건 우리의 직업병"이라는 구절이다.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대표작 '인간실격'의 주인공 이름에서 예명을 따온 요조는 유연한 인간이다.

기존에 펴낸 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서점'과 '떡볶이'가 소재였는데, 이번엔 사람과 장소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책 꼭지에도 '나는 나의 남은 인생을 내 주변의 멋진 사람들을 흉내 내면서 살고 싶다가 있다'가 있다.

"무엇이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우쭐함'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건 불가피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번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쓰면서 그 우쭐함이 가장 큰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글들의 자양분은 장소와 사람에 의지했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중요한 장소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주변 사람들의 귀한 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쓸 수 없는 글들이었습니다. 제가 뛰어나거나 잘나서 완성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어요. 작년 코로나19 때문에 만남의 제약이 생기고, 소재가 고갈된 것을 느끼면서 더 깨달았습니다."

한편, 요조는 신곡 발매 기념 단독 공연도 연다. 오는 28일 오후 2시와 6시 마포구 플라스틱 파크에서 '작은 사람 : 위크 피플(Weak People)'로 관객들과 만난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른다. 2018년 '오늘도 무사' 이후 약 3년 만의 단독 공연이다. 공연에 앞서 오는 16일에도 신곡을 추가 공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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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요조 "실패하더라도 '근사한 과정' 만드는 것 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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