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기계적 매매?→'절반은 정답'
자산비중 왜두나→안정성 유지 위해
적극운용 재량 없나→있지만 어려워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전일까지 5조5361억원을 순매도했다. 16거래일 연속 순매도 우위이며 올해 들어 한 번도 일별 기준 순매수를 기록한 바 없다. 이날 또한 오후 2시 현재 3000억원 매도 우위다.
증시가 3000선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지속적으로 '팔자'를 유지하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시를 하락시키기 위해 매도하고 있다', '팬데믹 급락 때 벌지 못한 연기금이 지금 이익을 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등의 의문이 나오고 있다.
연기금, 기계적으로 '3000선 위아래' 매매?
연기금 관계자들은 이러한 특정 '지수 매매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산배분계획에 따라 자산군 비중을 두고 매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주식 자산군의 비중이 급증하면 국내주식을 매도해 비중을 맞추는 식이지 절대적으로 3000선 위아래에서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연기금의 매매 기준은 다른 자산군과의 상대적인 비중이다. 기계적이지만 절대적인 기준값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고 자산별로 상대적인 비중을 감안해 매매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증시가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군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속 매도를 하더라도 비중이 늘어나 있다. 반대로 다른 자산군은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어 비중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 자금이 유입된다.
게다가 코스피 수익률이 다른 증시 수익률을 웃도는 중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7.62%(전일 기준) 올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14%), 미국 나스닥종합지수(2.39%)를 크게 웃돌았다. 갑작스레 국내 주식 비중이 늘어나니 국내주식을 매도하고 다른 자산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비중 조정을 단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기금, 자산비중 왜 두고 있나
이에 따라 연기금은 수익성·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5년 단위 중기자산배분, 1년 단위 기금운용계획을 짠다. 연간 10%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려운 대신 마이너스(-)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의 경우 내년 말까지 목표비중으로 국내주식 16.8%, 해외주식 25.1%, 국내채권 37.9%, 해외채권 7.0%, 대체투자 13.2% 등으로 잡고 있다. 각각의 자산군은 기준을 넘기면 매도하고 비중이 줄어든 자산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연기금, 적극적으로 운용할 재량 없나?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외에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정하면서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이탈 범위'를 두고 있다.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상 목표비중 이탈 허용 범위는 ±2%, ±3%이다. 최대 5%포인트까지 움직일 수 있어 사실상 현 시점에도 매수를 단행할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의 경우 패시브 성격의 자금 뿐만 아니라 액티브 운용을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단행하고 있다. 위탁운용사는 운용에 있어 제약이 덜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률만 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목표비중을 크게 이탈하거나 위탁운용사가 재량껏 운용하기에 현 주가 수준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목표비중을 이탈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 등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탁운용사 또한 무리하게 현 주가 수준에서 매수했다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회수 당할 수 있어 보수적인 운용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과 마찬가지로 자산운용사를 지칭하는 투신이나 보험 또한 최근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데, 위탁해 운용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장세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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