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역
사나리오 공감, 제작자로도 참여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배우 문소리가 주연이자 제작에도 나선 영화 '세 자매'로 돌아왔다.
19일 온라인으로 만난 문소리는 "세 자매'의 스토리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왔다"며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녹아 있다"고 소개했다.
'세 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자매 이야기를 통해 가정 폭력, 외도 등 가족 문제를 세심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김선영, 장윤주와 호흡을 맞춘 문소리는 인물의 이중적 면모를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섬세하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김선영은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 문소리는 완벽한 척하는 둘째 미연, 장윤주는 안 취한 척하는 셋째 미옥 역을 맡았다.
문소리는 처음 출연 제안과 함께 전달받은 '세 자매'의 초고를 본 뒤 시나리오에 공감해 공동 프로듀서로 제작에까지 참여했다.
그는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고 싶었다"며 "이창동 감독한테 처음 배웠을 때 '다 같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거다'라고 배웠다. 마음이 다르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승원 감독의 전작을 다 봤고 연극도 봤다. 상처받은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이 바탕에 깔려있다"며 "전작들보다 더 다가갈 수 있는 구성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다듬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척하는 미연 "내면과 닮아 힘들었다"
그는 "종교도 다르고 옷 스타일 등 외적인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내면적으로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조금 짜증난다' 하는 부분이 미연이와 닮았다"며 "그런 부분을 감추고 싶어 처음에는 반갑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캐릭터랑 실랑이를 많이 했고 끝내는 깊이 들어가서 나오기가 힘들었다. 전전긍긍하게 한 캐릭터다"고 돌아봤다.
이 작품의 힘은 단연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이다.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세 자매를 강렬하지만 섬세하게 그리며 단순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가족 문제를 건드린다.
문소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때 극적인 구성을 많이 하는데 '세 자매'는 사건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것과는 반대로 갔다"며 "사건은 '예전에 저런 아버지 있었어' 같은 특별하지도 별 것 아닌 이야기로 구성하되 인물들은 극적으로 그렸다.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때 진정한 사과가 중요한데 가족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클라이맥스에 엄청난 사건이 터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세 자매의 억눌린 마음이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겠다 느꼈다."
그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어떤 미장센보다 중요한 영화였다"며 "연기할 때 내면의 에너지로 여배우들끼리 부딪힐 수 있는 작품이 흔치 않다. 그런 면에서도 귀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선영·장윤주 연기 앙상블 존경스러워
문소리는 "지하 바위를 뚫고 분출하는 듯한 파워가 있다. 내 마음이 뻥 뚫리는 지점이 있었다. 나도 비비크림 안 바르고 촬영한 적이 있었지만 노지 느낌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는 처음 봤다"며 "저 자신감은 어디에 오는 것일까 싶을 만큼 용감하다. 연기에 있어서는 독립운동가 같은 투지가 있다. 존경스럽다"고 추어올렸다.
장윤주에 대해서는 "칼국수 먹는 신에서 정말 많이 먹었다. 리허설에서도 많이 먹기에 조절해야 할텐데라고 말했는데 한번 시작하면 계산하지 않고 작품에 뛰어들더라. 결국 3번 토했다"며 "캐릭터와 작품을 위해서 오픈 마인드로 맨발로 덤볐다. 유연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대단한 배우다"고 칭찬했다.
'세 자매'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문소리는 오랜만에 안방극장에도 찾아온다. 상반기 방송 예정인 MBC TV 새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를 통해서다.
"영화 개봉하고 3월에 '미치지 않고서야' 촬영을 시작할 것 같아요. 오랜만에 MBC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오피스물이에요. 정재영씨와 연기하게 됐는데 기대하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