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사면론에 촉각…文대통령, 신년회견서 입장 밝힐 듯

기사등록 2021/01/03 15:27:27

박근혜, 14일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 예정

文, 이달 중순 신년회견 통해 입장 낼 듯

'승부수' 던진 李…文과 사전 교감 있었나

李, 측근에 "시대 상황 극복에 무한 책임"

부담 짊어진 文, 3·1절 특사 결단 가능성

"전직 대통령 사과 전제돼야" 목소리도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국무위원, 청와대 비서진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2021.01.02.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국무위원, 청와대 비서진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2021.0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새해 벽두 쏘아 올린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면 카드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 등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집권 5년 차, 전직 대통령 사면을 통한 '국민통합'으로 국정 동력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로부터 제안이 실제로 온 것도 아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대법원의 형 확정도 남아 있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사면에 대해 별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공식적인 건의부터 이뤄진 뒤에야 추후 논의를 하든 말든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계시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 대통령께 건의 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히면서 특별사면론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요구는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집권여당 대표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간 청와대는 전직 사면 문제에 대해 "입장 없다"며 항상 거리를 둬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해 5월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사면론을 처음 꺼내 들었지만 그때도 청와대는 "공식 입장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탄핵 정국을 기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자칫 여당 내 지지층 반발을 촉발시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뉴시스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1.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뉴시스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1.01. [email protected]
친박계의 홍문종 전 국회의원 등이 수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청을 했지만, 청와대는 줄곧 "대법원 판결 전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작심하고 띄운 사면론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여권의 차기 대선레이스를 앞두고 '정치인 이낙연'으로서 나름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문 대통령과 사전 교감을 통해 사면론을 본격적으로 공론화시킨 것이란 해석이 공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지지율이 조금씩 밀리고 있다. 1~2일 YTN이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30.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고, 이 지사 20.3%, 이 대표 15%로 오차범위 안에서 2, 3위를 기록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 정국 주도권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이슈를 통한 국민 통합으로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고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여러 가지 본인이 처한 상황 때문에 정치인 이낙연으로서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그러나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예민한 이슈인 만큼, 이 대표가 오롯이 정치적 목적만을 가지고 해당 이슈를 공론화시켰다기에는 무리하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어찌됐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사면 문제를 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인이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2018.05.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2018.05.23. [email protected]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민주당은 정권재창출을 통한 '민주정부 4기'를 염원하고 있기에 그 소망이 이뤄지려면 민주당은 다음 정권에서라도 사면 문제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의 사면론에 힘을 실었다.

최종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에서 먼저 건의 형태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띄웠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 성격상 이러한 민감한 이슈를 대통령과 사전 조율 없이 언급하는 것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3일 자신의 측근에게 "전직 대통령 구속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광화문 광장이 개혁과 혁신의 광장에서 이제는 극한 갈등의 광장으로 바뀐 것이 안타까웠고, 그것이 집권당 대표로서 시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무한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여권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했다.

청와대는 현재까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 형 확정까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여론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DAS) 실소유 의혹 관련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이 확정된 상태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4일 대법원 선고 직후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 형태 등을 빌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공식 언급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2017.05.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2017.05.23. [email protected]
집권 5년차, 전직 두 대통령 구속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진 문 대통령도 실제 사면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3·1절 특사 등 문 대통령이 전격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임기 후반부 하락 추세인 지지율을 끌어올려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을 통한 국민통합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여권에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5월 취임 2주년 KBS 특집 대담에서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두 분의 전임 대통령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내 전임자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사면에 앞서 전직 두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문 대통령에게도 사면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직 두 대통령은 현 대법원의 판결을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적 여론과 정치권의 합의 등을 복합 다층적으로 고려한 후 대통령께서 판단을 내리시지 않겠느냐"며 "지금 바로 특별사면을 언급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위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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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1/03 15:27:2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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