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에 한미 동맹을 토대로 방공 역량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30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은 지난 22일 중·러 전투기의 카디즈 진입을 철저히 계산된 장기적 대외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지원 아래 한국이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러 군용기가 동시에 카디즈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7월 두 나라 연합훈련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카디즈에 진입했지만 이번엔 19대가 무더기로 출격했다.
당일 미 국무부가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대규모 출격을 '도발적인 공군작전'으로 규정하고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막겠다"고 즉각 반발한 것은 점증하는 두 군사 강국의 무력시위에 대한 미 조야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고 VOA는 전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VOA에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은 사전에 조율된 것이 명백하다"며 "중국과 러시아 모두 양국 군이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작전을 거의 돌발적으로 동시에 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의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상호 방위 조약이 확고한 가운데 한국이나 일본, 혹은 두 나라 모두를 공격하는 것은 곧 미국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며 "비행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채 방공식별구역에 침입한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 중대한 우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등과 군사적 조율 없이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는 일이 너무 잦아졌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두 나라가 북한을 지원하고 북한과 더불어 싸울 수 있다는 신호를 한국과 일본, 미국에 보내려는 의도"라고도 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동맹이 미-중-러 세 강대국 간 긴장의 근원이며, 미국과의 동맹을 끝내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력, 즉 무언의 패권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나라, 특히 한국은 이런 도발적 침입에 강력히 항거해야 한다”며 “이런 행동을 예삿일로 받아들일 경우 한국은 자유를 확고히 지킬 의지가 없으며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하고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중국과 러시아에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중·러의 무력시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추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조치"라며 "역내 영향력을 늘리려는 미국을 향해, 무슨 일을 하든 두 태평양 국가를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코브 전 차관보는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미국 역시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무슨 목적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기가 무엇이든 방공식별구역 침입은 중국의 부상이 완전히 평화롭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중국은 원하면 무력적인 위협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의 적절한 대응책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대공 방어능력을 끌어올리며,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군은 때로는 개별적으로, 가끔은 함께 미국의 동맹과 미군에 누를 끼치면서 그런 활동을 해왔다"며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군사적인 방식을 택하고, 그 과정에서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